일반적으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한사람 한사람 계획을 두시고 관여하시면서 늘 함께 하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에 대해서, 직장에 대해서, 건강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자신의 소망을 들어달라고 기도한다.
하나님이 한 개인과 늘 함께 하신다는 것은 맞다. 본인이 알든 모르든 하나님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 우리 인간들 뿐만 아니라 천지만물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은 늘 우리와 동행하신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 삶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들에도 개별적으로 우리와 교통하면서 관여하실까? 예를들어, 내가 원하는 배필을 하나님께서 선별하셔서 보내주신다든지, 내가 원하는 직장에 붙도록 관여를 하신다든지, 시험을 잘 쳐서 좋은 대학에 붙도록 이끈다든지...... 특별히 개인과 관련된 일에 단지 내가 원한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내 소망 혹은 기도에 응답하셔서 그대로 들어주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부분 확신을 못 할 것이다. 본인이 확신을 한다고 해도 그 진실여부는 잘 알지 못하고 믿음으로 그럴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럴것이 일상에서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응답이 너무 확률적이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비록 응답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또 다른 응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 하나님의 은혜요, 달리 흘러가면 그것 또한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어서 그랬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결론이 나 버린다.
구체적으로 한번 접근해 보자.
말기암에 걸린 열 명의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들은 평균적으로 6개월 후에 모두 죽는다. 그들 모두 살기를 정말 간절히 원한다. 과연 하나님은 누구를 살릴 것인가? 답은 살 사람만 좀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몇 달 뒤에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정말 혼신의 노력을 한 사람은 병이 낫거나 호전되어 오래 살 것이다. 그 혼신의 노력은 병이 낫도록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산 속에 들어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음식을 조절하면 살 가능성이 있다. 어떤 영적 체험을 해서 그의 마음에 특별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병이 낫는 사례도 있다. 즉 병이 나을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발생하면 나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병은 나아지지 않는다.
어떤 대학에 입학하려는 수험생들이 있다. 하나님은 누구를 그 대학에 합격시킬까? 모두 알겠지만 그 대학에서 원하는 성적과 인원수에 부합해야 합격이 된다. 우선 성적이 되어야 하고, 이차적으로 면접관을 통과해야 한다. 성적이 되지 않는데 365일 기도하고 소망해도 합격되지 않는다. 그 수험생의 믿음과 기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그 대학의 기준에 부합해야 합격할 수 있다.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하나님은 누구를 살릴 것인가? 기도하는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최대한 멀리 도망가는 사람이 살 수 있을까? 그 당시 10만 명이 사망했다. 당신이 그곳에 살면서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면 과연 살 수 있을까? 더군다나 당신이 사는 동네에 폭탄이 떨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신 뿐만 아니라 어떤 기독교인, 불교인, 무신론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죽었을 것이다.
결론은 이러하다. 하나님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개개인에게 특별히 그 사람만을 위해서 하나님의 질서를 조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세계는 이미 하나님의 질서대로 흘러간다. 그 질서 안에서 인간을 포함한 세계 전체가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흘러갈 뿐이다. 어떤 결과는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일수도 있고, 다른 결과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그 결과들은 모두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므로 하나같이 선하고 완전하다. 단지 우리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해서 응답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애초에 응답될 수 없는 것을 소망한 자기 잘못이 더 크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대로 얻고 싶으면 그런 결과가 나타나도록 원인을 제공하면 된다. 합당한 원인을 제공했을 때는 당연히 원하는 결과로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그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과 원인에서 방향이 잘못되었다.
그렇다고 기도의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 자체가 도움이 되어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들면, 기도를 함으로써 마음의 위로를 받거나, 심리적 안정을 얻거나, 때로는 기도가 병을 고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모두 기도가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결과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기도의 힘은 생각보다 물리적으로는 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간혹 기도와 자기 자신의 믿음으로 큰 병을 고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의 병고침은 기도 자체라기 보다는 병이 낫는다는 자신의 강한 믿음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몸은 마음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병과 같은 경우 강한 믿음으로 낫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기도를 함으로써 위로와 안정을 얻는 경우도 실은 기도 자체보다는 기도를 통해서 얻는 심리적인 결과, 즉 자신의 마음의 힘이다. 하지만 몸을 떠나 일반적인 경우에 그 믿음의 능력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세상의 질서가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하신다. 단지 특정인이 특정 요구를 한다고 해서 그 특정한 원함을 들어주시지 않는다. 하나님의 질서에 부합하는 원인을 그 특정인이 제공한다면 결과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먹구름이 많이 모이면 비가 내리고, 물건을 하늘로 던지면 땅으로 떨어지고, 뛰어가다가 돌에 걸리면 넘어지며, 물을 먹지 않으면 목이 마르고,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좋으면 그 만큼 합격율이 높아지고,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회사가 원하는 자격을 갖추면 취직을 하고, 헤엄을 칠 수 있으면 물에 빠져죽지 않고, 상대가 선호하는 매력을 많이 가질수록 원하는 배필을 만나 결혼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것이 평범하면서도 일반적인 것들이 하나님의 질서이다. 우리가 살면서 당면하는 모든 순간은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즉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다 선하고 완전하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세상을 하나로 보지 않고 조각조각 분리하여 내 욕망을 채우려는 우리 욕심에 기인한다. 인간의 욕망과 자기 독립성, 개체성과 같은 성질들이 하나님의 질서를 왜곡해서 인간의 세계를 건설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하나님의 질서 위에 설 수 없는 운명을 갖고 있다. 따라서 완성될 수 없는 곳으로의 욕망은 결국 좌절과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 개개인에게 인격적으로 관여할 것이란 믿음 또한 하나의 욕망이다. 하나님이 특별히 그 사람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세계속의 질서 속에서 그 특별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질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