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그녀의 꿈을 꾸었다.
동남아 어느 유원지 호텔이었다. 그녀는 내가 묶고 있는 그곳 호텔에 아이들과 함께 왔다. 처음 그녀를 발견하고서 얼마나 놀랬는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꿈에서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놀란다.
그녀를 발견하고서 그녀가 묶고 있는 방 앞을 찾아가 보았다. 조용했다. 아이들과 야외에 있었던 모양이다. 복도를 걸어서 계단으로 내려가려는 찰나 그녀가 아이 둘을 데리고 바로 내 옆으로 지나갔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옆 눈으로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꿈에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그녀는 나를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내려가려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방으로 보내고 여느 부모처럼 떠들썩하게 얘기했다. 아이들은 복도가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도 복도까지 새어 나왔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 1~3학년 정도의 나이였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어리게 보였지? 세월을 봐서는 아이들은 더 자라야 정상인데.
들킬 것 같아서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녀가 그곳에 있지 않은가? 피해갈 수 없었다. 그녀는 모자를 쓰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조금 멀찍이 로비를 걸어가다가 힐끗 쳐다보니 그녀가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살짜기 손을 흔들며 밝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잠시동안 뚫어져라 나를 쳐다봤다. 금방 나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나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잘 지내셨어요?"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한번씩 내 꿈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나는 늘 그녀를 알아봤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었고, 어떤 때는 대화 조차 하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꿈은 여기서 끝이다. 꼭 중요한 부분에서 깬다. 눈을 뜨자마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잠시 눈만 껌뻑였다. 새벽 1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