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덜 불행해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불행해진다.
모든 사람은 세상을 현상적으로 바라본다. 모든 사람은 자기 지각과 지식과 생각의 필터를 걸러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이것은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의식있는 동식물은 다 그렇게 세계를 인지한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며 몸으로 표현했다고 하자. 나는 주의깊게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몸의 동작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예의주시한다. 그리고 무슨 의미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모든 사람은 그런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다. 상대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과 행위를 내 방식대로 해석한 것이다.
예를들어서, 외국인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동작을 했다고 하자. 나는 그의 말과 행위를 보고서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다. 내 머리는 내가 아는 모든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그를 해석하려 할 것이다. 만약 그가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주변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다. 좀 더 편하게 그의 말과 행위를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그가 아닌 다음에야 온전히 그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할 때 내가 그 말의 내용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내가 겪은 그 사례를 비추어 해석을 하게 되어 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은 삶을 살지 않기 때문에 이해한다는 것이 바로 자기가 비슷하게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해석을 하게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오판이 생긴다. 두 사람의 간격에 오차가 적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많은 경우 오차 범위가 너무 커서 오히려 싸움이 날 때가 많다. 말하는 사람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힘들어하고, 듣는 사람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아니라고 하니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내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다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그런 태도로 상대를 대한다면 그것이 가장 칭찬받을 일인 듯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오해만 하다가 죽는다. 다만 살아있는 동안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