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거듭남과 불교의 견성은 같은 것인가? 물론 종교도 다르고 용어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르침은 같은 의미일까? 불교를 알지 못하는 기독교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같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기독교를 알지 못하는 불자는 어떻게 말할 지 아직 조사를 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독교는 내가 같은 종교였던지라 충분히 그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도 몇 년 전까지는 절대 같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깨달음과 견성의 본질을 잘 알지 못했던 때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유교, 불교, 힌두교, 천도교(동학), 천주교, 개신교 등 다양한 종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던 중 불교에서 견성을 한 사람과 기독교에서 거듭남 체험을 한 사람의 결과가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동학의 최재우와 최시형의 체험도 같은 것을 말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기에서 더 나아가 진리는 특정 종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어서 지금은 특정 종교에 집착하지 않고 한 길 진리를 알아가고 있다.
오늘날 기독교는 표층 종교에 머물러 있어서 옛사람(에고)이 죽고 새사람(성령)이 태어나는 거듭남의 사건을 왠만해서는 체험하지 못한다. 또한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서 거듭난다는 의미가 단순히 예수님을 믿으면 죽어서 천국간다는 것으로 대신해 버려서 오해도 많이 일으키고 있다.
거듭남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거의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표층적인 거듭남은 실질적으로 옛사람이 죽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변화는 꾀할 수 있으나 죽지 않았으니 여전히 살아 꿈털거리며 그 사람의 삶을 주체적으로 리드한다. 그에게는 천국도 죽어서 갈 수 있는 먼 미래의 곳이다.
반면에 심층적인 거듭남은 옛사람(에고)의 죽음을 동반한다. 그 동안 살아왔던 에고가 죽고 내 속의 성령이 다시 살아나는 거듭남의 체험을 하게 된다. 옛사람(에고)이 죽고 성령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전한 상태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비유처럼, 천국이 빵의 누룩처럼 점진적으로 확장되듯이 자아(에고)도 그렇게 소멸하면서 결국에는 완전한 죽음에 이르렀을 때 온전한 하나님 나라가 형성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비유는 모두 살아있을 때 거듭난 사람이 갖게 될 모습을 나타내신 것이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신자들은 그런 하나님 나라를 죽어서 가게 될 것이라 믿고 있으니 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교의 견성이라 함은 자기 본성을 본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자기 자신(참자아)을 본다는 것이다.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옛사람이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과 같다. 의미도 같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삶에서 보여지는 상태 또한 거의 같다. 자아(에고)가 소멸하고 절대 성품을 지닌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성령도 우리 속에 늘 함께 존재한다. 옛사람으로 인해서 가리워져 있다가 거듭나는 체험을 하는 순간 옛사람은 죽으면서 안개가 걷히듯이 자아는 소멸해가고 가리워졌던 성령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을 기독교에서는 거듭남이라고 말한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거듭날 때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온다는 성경말씀을 들면서, 마치 내 속에 없던 성령이 거듭날 때 하늘에서 내려와 내 안에 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가르침이다. 성령 하나님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이나 후나 늘 우리와 함께 계셨다. 단지 육신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옛사람으로 인해서 가리워져 드러나지 않은 것 뿐이다.
결론은 기독교의 거듭남과 불교의 견성은 같은 상태를 다르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혼자서 연구하고 비교하고 체험을 동반하면서 확인한 것인데, 오늘 구글에서 검색해서 다른 사람의 사례를 찾아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역시나 진리는 종교를 떠나서 통하는 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