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부터 기독교적 문화 속에서 자라왔던 내 삶을 되돌아보니 많은 부분에서 진리와 동떨어진 허구로 채워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진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니 기독교 신앙과 문화관도 달라지고 허와 실 또한 좀 더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요즘의 기독교적 예배와 문화를 봐도 몇 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보수적 성향이 짙어서 특별히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있다. 198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찬양과 경배 스타일과 기독교 세계관 및 창조론에 대한 열기가 한차례 지나간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변화는 느끼지 못하겠다.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열망은 나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많은 강좌를 듣고, 그 당시 가난한 20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돈을 종교서적 사는데 투자하고, 거의 교회에서 살다시피 모든 모임에 참석하곤 했다. 그 당시 집이 경북대학교 옆에 있어서 양승훈 교수님 연구실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창조론 스타디 한 적도 있었고,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에 가입해 다양한 기독교적 학술 모임에 참석하여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지식을 쌓기도 했다. 그리고 1996년에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서 오픈을 하고 동역회와 연계하여 운영한 적도 있었다.
내가 대전에 와서 살 때 양승훈 교수님은 '기독교세계관대학원'을 운영하기 위해서 캐나다 벤쿠버로 떠나셨다. 그 후 귀국하셨을 때 잠깐 대전에서 본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얼굴을 보지 못했다. 간혹 인터넷으로 교수님의 행적을 보긴 했는데, 그 사이 교수님께도 창조론에 대한 시각적 변화가 생긴 것을 보았다.
기독교에서는 우주의 나이를 약 6천년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성경의 연대를 추론하여 만들어진 젊은 지구설인데, 양승훈 교수님은 탄소연대측정법에 대한 과학적 정밀도를 아시고는 젊은 지구설을 포기하셨다(초기에는 탄소연대측정법을 부정하셨다). 개인적으로 나는 양교수님의 그 변화에 전적으로 환영을 했지만 많은 기독교인 학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으신 듯 했다.
어쨌든 내 젊은 날은 온통 기독교와 분리되지 않은 삶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근원적인 의문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기독교적 식견으로는 제대로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2014년 아버지와 형의 죽음을 겪으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후 내 삶의 방향은 급속도로 진리에 대한 열망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2년 넘게 진리에 대한 공부와 노력으로 나에게 많은 정신적 변화가 생겼다. 요즘 나는 자아에 대한 움직임이 너무 잘 느껴진다. 매순간 그것과 대립하면서 힘들어 할 때가 많지만, 그것의 정체를 분명히 알았다는 것에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자아가 떨어져 나갈 때 나는 진정 진리 안에서 자유를 얻을 것이다.
내가 분명하게 안 것은, 진리는 종교와 상관없는 것이었다. 달리말하면 진리는 종교에 구속되거나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특정 종교에 진리가 속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는 종교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진리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진리를 잘 안다고 할 것이지만(나도 그랬었다), 모두들 하나같이 잘못 교육받고 잘못 확신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가 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식적으로 배운 진리를 전달하는 문제였다. 진리는 체험되어야 한다. 하지만 종교인들은 일상에서 진리 즉 하나님을 늘 체험하지 못한다. 체험되지 못하는 진리는 진리가 아닌 것이다. 대부분 막연하게 하나님을 떠올리거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기도를 하든지 예배를 드릴 때만 느끼거나 할 것이다. 더군다나 하나님을 무슨 산신령같은 사람처럼 상상하거나 느낀다면 더할나위 없이 스스로 우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허구헌날 인격적인 하나님을 외치니 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사람처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하나님을 사람의 형상으로 떠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과 비슷한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인 것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인간적인 표현으로 묘사된 것은, 실제로 하나님이 그러해서가 아니라, 성경을 기록한 사람이 자신에게 드러난 하나님의 체험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표현한 것 뿐이다. 하나님은 절대자이시다. 피조물이 절대자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없다. 인간이 하나님을 체험하는 방법은 창조된 것을 통해서 뿐이다. 환상을 보든지, 꿈을 꾸든지, 천사를 통해서든지, 사람을 통해서든지, 자연을 통해서든지 ...... 어떤 중개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중개자 자체가 피조물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어떤 것이 보여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기록하는 이 또한 사람이기에,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정서로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을 읽는 우리는 그것을 참작해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의 기록에 오류가 없다하고, 하나님 말씀 그 자체라고 하여 신성시 하는 것은 또다른 우상과 다를 바가 없다.
분명한 것은 진리, 즉 하나님은 종교를 떠나서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자 하나님이라고 부를 수 없다. 들에 핀 작은 꽃도 하나님을 드러내고, 당신의 눈빛에도 하나님은 드러나고, 내 이 글에서도 하나님은 찬란히 드러나고 있다. 하나님이 없으신 곳이 어디인가? 진리는 멀리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우리들 눈 앞에 늘 계신다. 단지 그대가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기독교에만 하나님이 계시고 구원이 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도 하나님이 계시고 구원이 있다고 말해야 진리를 제대로 말하는 것이다.
계신교의 역사가 500년이다. 다른 종교에 비해서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나는 계신교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두 세대는 더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그 후로는 사그라들 것이라 생각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독교의 컬러도 상당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미 문화의 교류가 전세계적으로 확장되었다. 옛날과 달라서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종교가 자기들만의 종교를 넘어 다른 종교의 진리를 파악할 수 있고, 누구든지 원하는 방식대로 진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특정 종교가 권력을 갖거나 진리를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따라서 진정으로 진리를 만난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특정 종교만의 주장과 권력은 점차로 힘을 잃을 것이다.
물론 종교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특정 종교가 세상을 독점하지는 못할 것이다. 기독교가 복음이 모든 세상에 전해져야 종말이 온다고 한다. 과연 그런 종말이 올까? 나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기독교가 지구상에서 국가별로 한번씩은 거쳐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두 세대가 바뀌면 그 복음은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국가의 종교는 변화를 겪는다. 어떤 때는 기독교가, 어떤 때는 이슬람교가, 어떤 때는 불교가 그 지역을 휩쓴다. 그것도 돌아가면서 종교가 바뀐다. 그런 식으로 종교가 바뀔 것 같으면 절대 종말이 오지 않을 것 같다.
글이 길어져서 오늘은 여기서 정리하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