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삶의노트 (2019년~오늘)
삶의노트 (2016년~2018년)
삶의노트 (2015년)
삶의노트 (2000~2011년)
내가 좋아하는 음악
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삶의노트』는 저의 소박한 일상의 기록 입니다!
[필수] (선택) (선택)
년월일
한단어:

검색된 글 1,802개 입니다!

■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
2018년 11월 26일 [보기]
땅이 흔들리고 있는 지면 위에 집을 지으면 그 집은 얼마 못가서 무너지고 만다. 지진은 변화이다. 집은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어떤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마음을 채워줄 무언가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얻었다고 생각하면 무너지고, 쌓았다고 생각하면 한치의 높이도 올라서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늘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기존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을 구하게 된다. 그 짓은 죽을 때까지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구하고 찾는 짓은 그만 두어야 한다. 영원히 채워줄 욕망은 없다. 오히려 욕망을 비울 때 마음은 가득 채워진다.
2018년 11월 25일 [보기]
탄생은 오감과 생각이 나타난 것에 불과하고, 죽음은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나>가 아니라, 탄생과 함께 나타난 생각이다. 태어난 것은 자신이 사라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생각이 생각 자체가 자신이라고 여기면 그것의 사라짐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생각이 두려워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는 자가 또 있으니, 그는 두려움도 없고 형상이나 소리도 없이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다. 그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는다. 잠시 오감과 생각 형태로 자신의 그림자를 보였다가 그것들의 사라짐과 함께 심연 속으로 잠긴다.
2018년 11월 24일 [보기]
책을 읽는다. 한단어 한단어 눈의 초점과 마주칠 때마다 검은 글씨가 나타나고 멀어질수록 의식에서 사라진다. 글씨 하나하나 마음에서 읽는 소리가 들린다. 하나의 소리가 허공에서 나타나면 이전 소리는 허공으로 사라진다. 누가 책을 보고, 누가 책을 읽고 있는가? 아무도 없다. 단지 나타났다가 사라짐만 있다. 의식의 바다 위에 물안개가 피었다가 지듯이 그렇게.
2018년 11월 24일 [보기]

신은 언제나 우리 눈앞에 명백히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신을 찾는 것일까요? 신은 모든 보이는 모습, 소리, 냄새 속에 있습니다. 나무들과 꽃들, 새들 속에, 자동차의 굉음 속에, 심장의 박동 속에 있습니다. 이런 말들 속에 , 바깥에 있습니다. 하얀 종이와 검은 잉크 속에 있습니다. 공간 속에도 있고, 침묵 속에도 있습니다. 사이에도 있고, 보이는 것 속에도 있으며 보이지 않는 것 속에도 있습니다. 삶의 맥박 속에도 있고, 죽음의 평화 속에도 있습니다 아기의 울음 속에도 있고, 노인이 임종 시 내는 가래 끓는 소리에도 있습니다.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으로서, 신은 노래합니다. 

《경이로운 부재》p.243, 제프 포스터 지음

 

하나님은 이 글을 타이핑 치는 소리에도 있고, 그것을 두드리는 손가락에도 있고, 글을 읽는 마음의 소리에도 있고, 지금 마시는 커피 맛에도 있고, 책을 밝히는 LED 탁상 스탠드에도 있고, 째깍째깍 소리내는 시계에도 있고, 주변에 무수히 꽂혀있는 책들에도 있다. 내 눈길 가는 모든 곳, 귓가에 들리는 모든 소리에 하나님이 계신다.
2018년 11월 24일 [보기]

단 한 번이라도 그대 자신을 없앨 수 있다면,
비밀 중의 비밀이 그대에게 열리리라.
삼라만상 너머에 숨겨진, 알 수 없는 분의 얼굴이
그대 지각의 거울 위에 드러나리라.

- 루미 -

《경이로운 부재》서문에서, 제프 포스터 지음 

 

책을 펼쳤는데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의 줄 친 흔적이 없다. 방금 루미의 글을 읽으면서 녹색펜으로 줄을 쳤다. 녹색펜은 내 마음에 꼭 드는 글귀에 긋는 펜색이다.

숨겨지고 알 수 없는 분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저 글이 단지 달콤한 관념으로 들릴 것이다. 처음 저 책을 읽었을 때 나도 그랬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저 글과 마주하니 눈 앞의 그 분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았다. 세상 속에 숨겨져 있지만, 세상과 늘 함께 있는 분. 깨어있는 자만이 볼 수 있는 분이 미소짓고 있다. 

■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

Copyright ⓒ 2000년~Today 김무용(Kim Moo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