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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6일 [보기]

깨어 있으면 세상은 매순간 새롭게 나타난다. 결코 지겨울 틈이 없다. 내가 매일 다섯 시간 같은 길을 걷지만 지겨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깨어있음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라디오를 마치 몸의 일부처럼 껴안고 소리를 크게 틀며 걷는다. 젊은 이들은 이어폰을 꽂아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지 않는다. 
2018년 11월 26일 [보기]

책을 읽는다. 책은 누구에게 읽혀지는가?

책의 내용은 자아에게 읽혀진다. 자아는 글자를 보지만 보이는 그 자체보다 그것을 담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려 한다. 본성은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본성은 보이는 글자의 나타남과 사라짐을 알 뿐이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책읽는 소리의 나타남과 사라짐을 알아차릴 뿐이다. 자아는 현상의 의미를 좇지만 본성은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 
2018년 11월 26일 [보기]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마태복음 11장 12절)"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나물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마태복음 13장 31~32절)"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태복음 13장 33절)"


내가 자각하기 시작한 본성은 나날이 조금씩 강해지고 풍성해지고 명확해지고 있다. 예수님의 천국 비유가 이리도 잘 느껴지다니,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천국은 단지 종교적 활동이나 선교처럼 눈에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죽어서 가는 미지의 황홀한 세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의식 안에서 발견되고 확장된다.
2018년 11월 26일 [보기]
"가장 어렵지만 본질적인 것은 삶이 괴로워도 사랑하는 것이다. 삶이 모든 것이기에 삶은 신이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The Most difficult thing - but an essential one - is to love Life, to love it even while one suffers, because Life is all, Life is God, and to love Life means to love God"

- Tolstoy by 『WAR and PEACE』

 

20대부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글귀 가운데 하나이다. 이 글을 처음 접한 때가 아마도 전혜린의 책에서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 당시 '삶이 신(Life is God)'이라는 말이 관념적으로 느껴졌지만 멋졌다. 젊을 때 내가 삶을 제대로 알았겠는가. 오늘 다시 이 글을 접하니 너무나 크게 가슴을 울린다. 삶은 진정 신이다. 
2018년 11월 26일 [보기]


(유성천) 

유성천을 걸었다. 본성에 의식을 두고 순간을 충만하게 걷는데 평화롭고 잔잔한 희열이 느껴졌다. 그것이 본성에서 비롯되는 희열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운문 선사가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예수님은 '천국은 너희 안에 있다'고 하신 말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희열감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단지 찾아오는 희열을 느끼는 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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