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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노트』는 저의 소박한 일상의 기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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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방 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갑자기 마음이 비워지면서 본성이 느껴졌다. 본성의 자각으로서 보여지는 것과 일반적으로 그냥 보여지는 것은 다르다. 책, 컴퓨터 모니터, 주전자, 선풍기, 디지털 피아노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둘러본다. 시선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고 사라지며 대상이 교체된다. 째각째각 시계소리가 허공에서 나타난다. 마음에서 글쓰기 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모든 것이 허공 속에 붕 떠서 흩날리는 것 같다. 사물들은 의식 안에서 변화만 한다. 그것을 붙들거나 집착하지 않으면 그냥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그 변화가 순간순간 일어나기 때문에 잔잔히 바라보면 너무나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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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천에 비친 풍경. 세상도 의식이라는 공간에 이처럼 나타난다.)
늦은 오후에 유성천에 이르렀다. 벤치에 앉아서 여느 때처럼 알아차림을 하며 눈 앞 풍경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런데 본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고 자아의식에 빠져서 있다보니 깨어있음에 소홀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성천에 와서 마음챙김을 해도 본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깨달은 사람이 늘 보던 본성이 이처럼 갑자기 사라지면 무척 놀란다고 한다. 이미 들은 얘기인데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니 별로 놀랍지는 않다. 다만 나에게서 본성은 정말 하루라도 놓지 말아야 할 연약한 것으로 느껴졌다. 단지 알아차림(마음챙김)으로 보는 세상과 본성을 자각하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오늘도 나는 그 과정을 의식 안에서 제대로 느꼈다. 알아차림 상태에서 세상을 볼 때에는 보이는 그대로 보이고 들리는 그대로 들리지만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이 그대로 보이긴 한데, 의식의 초점이 눈 앞 대상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단지' 보여진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오래 알아차림 해도 본성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이 상태로만 오래 해보지 않아서 결과는 모르겠다. 다만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어떤 이는 이 상태를 깨달음 상태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나 보다. 본성을 보지 못했으니 착각할 만하다. 본성을 본 사람은 이 상태는 그냥 평범한 상태로 인식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이 평화로운 느낌은 있을 것이다. 오늘 본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잠시 동안 알아차림만 해 보았다. 본성을 보는 상태와 어떻게 다른지 다시 한번 구분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위 설명과 같다. 단지 의식에 주의하면 알아차림 상태만 된다. 하지만 주의하고 있는 의식을 의식하면 자각하는 상태가 된다. 즉 본성이 드러나는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명상을 처음하는 사람에게 바로 본성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오래도록 익숙해져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본성의 출현을 보게 된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본성이 없다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늘 본성이 나타나 있었지만 그 동안 본성을 보는 눈이 어두워 못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느 날 본성이 나타나면 그것은 눈이 밝아져서 스스로 자각된 것이다. 본성이 사라지면 자의식이 강해서 본성이 가려진 것이다. 의식이 주의를 갖는 그 의식을 자각하면 본성이 나타나는데, 이 말은 불교에서 '보는 자를 보라'는 말과 의미가 같다. 또는 자신이 자신을 본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러니 자각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의식이 의식 자체를 알아차림 하면 그 의식은 배경이 된다. 눈 앞 사물은 의식 위에서 변화를 펼친다. 특정 사물에 의식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사물들은 의식 위에서 스쳐 지나가기만 한다. 즉 의식은 변화를 인식하게 된다. 그 변화를 아는 자가 본성이다. 때문에 본성은 눈 앞 세계의 현상의 변화와 함께 늘 모습을 드러낸다. 본성을 드러낸다고 해서 그것이 감각적이거나 어떤 에너지로 드러남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본성은 알 수 없는 무엇이다. 본성은 투명하다. 그래서 허공이라고도 하고, 현상계를 드러내는 배경이라고도 한다. 본성은 자각될 때에만 나타난다. 마치 눈동자가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보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눈동자)이 있음을 알듯이, 본성도 현상의 변화를 통해서 자신을 자각한다. 본성을 자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처럼 의식을 의식했을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본성이 나타낸다. 이것은 그 동안 내가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도 비슷할 것 같은데, 그들의 경험을 자세히 모르니 내 경험만 말해 본다. 본성을 보는 힘이 약하다보니 매일 본성과 가깝게 지내야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본성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먼 길을 걸어야 도달할 수 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이 길을 시작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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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앞 갑천 징검다리 위에서. 유성 홈플러스를 바라보며...
유성천 벤치에 앉아 물오리들의 몸단정을 보는 것, 습지길을 거닐며 갈대들의 합창을 듣는 것, 갑천 돌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는 것, 유성 홈플러스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영적인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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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을 보는 것은 사람이 태어나서 한번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을 아는 것이기에, 올바른 스승을 만나거나 바른 지침이 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 스승을 만났으면 그 스승을 전적으로 믿고 그대로 따르면 된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이해해서 하려고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제약이 많다. 나 같은 경우는 특별히 개인적인 스승은 없었다. 순수 기독교적 세계 안에서 이 길을 가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불교나 다른 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도 그리 마음에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서 길을 개척해 보려 했다. 몇 년 동안 충남대학교 도서관을 드나들며 많은 관련 서적을 읽었고, 꼭 필요한 책은 직접 구입도 하고, 시대와 장소를 떠나서 전세계적으로 깨달은 사람을 찾아서 그의 수행 과정과 깨달음 내용을 파악했으며, 국내에서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들 동영상을 수없이 보고 비교하며 분석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다양한 수련 방법이나 명상법을 공부해서 직접 시도해 보기도 했다.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기독교적 방법은 그리 좋은 방법이 없었다. 평생 동안 개신교 신앙으로 살았음에도 본성을 알지 못했으니 당연하다 할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하나님을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거의 다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나 상을 알고 있다. 천주교의 관상기도나 불교의 화두법도 별로 나에게 맞지 않았다. 그나마 위빠사나 명상은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을 응용해서 내 나름대로의 명상법으로 일상에서의 알아차림(마음챙김)으로 명상을 했었다. 지금의 결과는 그 방법이 통해서이다. 여러 공부를 하면서 올바른 나의 방법을 찾는 데까지 이년 이상 걸린 듯하다. 물론 그 사이에 이런저런 명상법을 시도해 보았다. 말한 것처럼 내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작년에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 알아차림, 즉 마음챙김 명상법이었다. 그것도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하는 명상법으로 진행했다. 일단은 하던 사업이 잘 안 되었으므로 일찍 모두 정리하고, 올해는 전적으로 깨달음에 모든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한 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작년 이맘때 피아노를 배우려고 시작했다가 그것마저 마음공부에 방해될 것 같아서 중지했었다. 올해는 꼭 어떤 결과를 보고자 하는 다짐이 컸다. 개인적인 스승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서 개척한 것도 아니다. 수 많은 책이 스승이 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여러 깨달은 사람들의 체험이나, 한국의 깨달은 사람들의 동영상이 스승이었다. 그들의 체험이나 설교는 정말 중요했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체험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의 설교를 들은 이유는, 그들이 진리를 봤다면 똑같은 본성을 말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내 길을 찾아나서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말을 한다면 그는 깨달은 이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비교 검토하는 게 중요했다. 책과 설교에서 진리라고 확신이 드는 부분만 마음에 담고, 내가 할 명상법을 결정한 후 일년 넘게 조금씩 강도를 높이며 지금까지 온 것이다. 어쨌든 나한테는 마음챙김 명상법이 효과가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나처럼 혼자서 길을 찾아서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단으로 손가락질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외면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이 길은 진정으로 좁은문으로 향하는 길이다. 좁고 험하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명의 길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실 수 있는 길이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하던 일까지 다 정리하고 여기에 올인했다. 2015년부터 서서히 관심을 가져서 그해 후반기부터 진행하였으니, 그렇게 시작해서 올해까지 삼 년 반 정도 걸렸다. 하지만 이것은 준비과정일 뿐이다.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이다. 앞으로 십 년이 걸릴지 평생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생사의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계속 공부해야 한다. 이 정도 기간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다행히 더 길지 않아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본성의 모습만 봐서 힘이 약하다. 깨달음 체험도 없고(깨달음과 깨달음 체험은 다르다), 신비한 능력도 없다. 물론 나는 그런 요란한 것들보다는 지금 상태도 좋다. 하지만 자아의 힘이 아직 막강해서 본성의 힘을 기르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두 세계가 전쟁을 하고 있다. 누가 더 상대를 침노하는지 싸우는 것 같다. 예수님도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예수님의 다른 천국 비유도 모두 이해된다. 진리는 역시 하나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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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를 깨닫는 공부과정에서는, 묘하게도 '어중간한 진아'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주시자' 차원의 진아, 혹은 아공은 성취했지만 법공까지는 체득하지 못한 진아이다. 이러한 상태를 《화엄경》에서는 보살지(1-10지)로 표현한다. - 《이것이 깨달음이다》p.183, 백창우 지음 여기서 진아는 내가 말하는 본성과 같고, 주시자는 알아차림과 의미가 같다. 위 글은 실제로 그러하다. 본성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하면 단지 알아차림 상태가 깨달은 상태인 줄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지 않는다. 뭔가 아직 막혀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본인이 스스로 알 수 있다. 나도 오랫동안 알아차림 상태에서 명상을 했다. 유성천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알아차림 하고, 물오리들의 놀이를 알아차림 하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을 알아차림 하고, 바람의 흐름을 알아차림 하고, 차소리를 알아차림 하였다. 분명 그것을 알아차리는 주시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지 못했다. 마음은 답답하고 무엇이 더 드러나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행히 나는 지식적으로나마 알아차림 자체, 즉 주시자가 깨달음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인내하며 기다렸다. 본성은 현상과 함께 어느 날부터 갑자기 조금씩 드러났다. 즉 사람들의 걸음걸이에서, 물오리들의 물장구 치는 모습에서, 큰 플라타너스 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지며 빙글빙글 도는 낙엽에서, 바람에 연신 고개를 흔드는 갈대에서 본성이 함께 드러났다. 단지 알아차림 상태에서는 보이는 그것이 전부였는데, 본성이 드러날 때에는 보이는 것과 동시에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생명력 있게 동반되었다. 본성을 알기 전에는, 알아차림 수준에서는 본성의 실체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때에도 본성은 한결같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자각되지 못한 본성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번도 자각되지 못한 무엇을 어떻게 지각할 수 있겠는가? 본성은 모양이 없고 색깔이 없으며, 고요하거나 편안한 어떤 느낌 또는 몸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 같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본성은 현상과 함께, 변화와 함께 갑자기 나타났다. 본래 없다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늘 나타나 있었지만 그때서야 눈이 밝아졌다고 말하는 게 옳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보이는 쪽과 보이지 않는 쪽이 동시에 나타난다. 단지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내 경험이 그러하다. '어중간한 진아', '주시자' 차원의 진아라는 말이 재미있다. 잘 모르면 이런 것들에 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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