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의 신비적 가르침은 사람이 되신 말씀, 즉 예수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간은 인간 예수의 것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유명하다. 그녀가 체험한 황홀함과 무아경 그리고 그녀를 다른 세계로 이끌어 간 정신의 비약에 관해 숙고할수록 그 주장이 대단해 보인다. 또한 그녀는 그녀의 거룩한 협력자,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무, 무, 무(nada, nada, nada)를 잘 알고 있었다. 성 요한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공허(The void)와 공(空, emptiness)과 어두운 밤(The dark nights)을 체험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항상 같은 곳에 계셨고 그녀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무뚝뚝하게 물을수도 있다. 예수님은 공허 속 어디에 계십니까?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예수님과 형상 없는 어둠을 일치시켰을까?
그녀가 예수님의 모습이나 초상화를 상정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녀는 복음서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항상 심사숙고해야 한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내면의 오감을 통해 또는 더 깊은 의식의 심층을 통해 예수님의 현존에 대한 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영광을 받으신 육체, 특히 공간과 시간 밖에 있는 예수님의 영광을 받으신 육체에 대한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요컨대 그녀는 떼이야르 드 쌰르댕이 후에 우주의 그리스도라고 명명한 것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 《신비신학》p.130, 윌리엄 존스턴
이 글에서 중요한 두 가지가 보였다. 하나는 기독교 신비체험에서도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이 체험된다는 것이다. 이 공(空)이라는게 하나님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다른 무엇으로도 하나님을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설명하기 위해서 어떤 것으로 대체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하나님이 아니게 된다. 불교에서 부처를 공(空)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같다.
두번째는 아빌라의 테레사 수녀가 자신의 공(空) 체험과 예수님을 연관시키는 부분이다. 예수님을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체험에서 예수님이 등장할 수 있을까? 그 체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어떤 현존에 대한 의식 뿐이다. 실제로 공(空) 안에서 위대한 존재를 느낀다. 테레사는 그 존재를 예수님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신이 기반한 기독교적 신앙관에서 나온 생각일 것이다. 불교에서는 그 존재를 부처라고 말한다. 나는 그 존재를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 존재를 무엇으로 말하든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표현하든 임시방편이기 때문이다. 공(空)이든, 예수님이든, 하나님이든, 부처이든, 도(道)이든 자신의 종교와 문화적 바탕에서 설명하는 것 뿐이다. 중요한 것은 텅 빈 현존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실이다.
이전 글에서 말한 것처럼, 진리를 체험하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다른 기능이다. 내가 이곳 <삶의노트>에 하나님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도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만약 더 명확하고 자명한 이해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그것으로 바꿀 것이다. 그러니 언어에 너무 속박받지 말기를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