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다이난 카타기리가 치명적인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많은 제자들이 그를 도우러 왔다. 하지만 그들은 한편으로 스승마저 평범한 인간의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 두렵고 혼란스러웠다. 하루는 스승이 제자들을 곁으로 불러모았다. "너희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희들은 선사는 어떻게 죽는지를 보고 싶은 거지. 내 보여주마." 그러면서 그는 벌버둥질을 하고 팔을 내두르면서 소리쳤다. "난 죽고 싶지 않다. 난 죽고 싶지 않아!" 그러고 나서 그는 몸부림을 멈추고 제자들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내가 어떻게 죽을지를 모른다. 어쩌면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죽을지도 몰라. 기억해라. 옳은 방법 따위는 없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의 삶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지 않은 스승, 시간은 일어날 일을 일어나게 한다는 것을 안 스승이 있다.
- 《깨달음 이후 빨랫감》, p.202, 잭 콘필드 지음.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죽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죽어 사라지는 육체가 자기 자신이 아니란 것을 이미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깨달은 사람의 죽음은 고요하거나 평안할 때가 많다.
깨달은 사람도 병을 얻기도 하고,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과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도 사람인데 사람을 초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석가모니도 생노병사의 모든 과정을 몸소 겪었으며, 마지막 때에는 식중독으로 설사병에 걸려서 몇 달을 고생하다가 그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예수님도 십자가 사건을 겪으면서 고통을 다 경험했다. 사람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사람으로서 모두 겪어야 하는 것이다. 깨달았다고해서 그것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그런 것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피해가고 싶어 하지만, 그들은 어느 것 하나 외면하지 않는다.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때에 맞게 일어나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거룩한 죽음이란 없다. 비참한 죽음도 없다. 단지 죽음만 있을 뿐이다. 거룩한 죽음이나 평온한 죽음과 같은 상황은 죽는 사람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다. 그는 홀로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다만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죽는 사람의 모습에서 위안을 받을 수가 있다. 즉 죽는 자의 태도는 남은 자를 위한 것일 뿐, 죽음을 맞은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죽든지 그것은 오로지 죽음 앞에 선 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