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시공간을 초월해 계신다.' 사실 이 표현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하나님은 시공간을 초월해 계시지만, 시공간 속에도 계신다. 사실 시공간이란 것은 실제가 아니라 개념이다. 사람의 생각 속에서만 존속할 수 있는 표현이다. 따라서 이 표현은 하나님의 절대성을 상대성과 비교할 때 쓰는 표현으로만 적당하다.
현상계에는 시간이 있는가? 실제로 과거, 현재, 미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없다. 즉 시간이 없다. 우리가 시간을 생각하는 것은 연속적인 현상을 머리 속에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뿐이다. 이 순간이 계속적으로 무한한 변화 속에서 연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지나간 것에 대한 잔상이며 기억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기대되는 욕망이다.
기독교인은 예수님을 잘 믿으면 죽어서 하나님 나라에 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직 살아 있으니 하나님 나라에 가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에 갈 것이라 믿는다. 그 사건은 미래에 해당된다. 몸과 마음은 지금 이 순간에 있지만 하나님 나라에 간다는 그 사건은 미래에 있는 것이다. 즉 아직 도달하지 않은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현실인 것이다. 하나님 나라에 갈 것이란 믿음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만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하나님에게는 시공간이 없다. 시공간은 오로지 현실계 안에서 인간의 생각 속에서만 존재한다. 하나님 나라도 시공간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인간이 죽음을 기다리는 것도 시간 속이요, 죽어서 하나님 나라에 간다는 것도 먼 미래의 시간 속에서 일어날 것을 지금 이 순간 기대하는 것이다. 시공간이 없는 하나님 나라에 간다면서 미래의 시간을 기대하고, 공간이 없는 곳인 하나님에게서 인간의 영혼이 영원히 살 장소를 찾는 것 또한 모순이다. 이 모든 것이 다 기복신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죽어서까지 남아있는 인간의 이기심이랄까!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사는 바로 이곳이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한 순간이며, 이 땅이 바로 영원한 하나님 나라이다. 그것을 아는 것이 참 구원을 얻는 길이다. 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호화로운 장소에 거룩한 존재가 되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눈 먼 에고가 죽고 성령의 눈이 뜨여서 우리가 사는 바로 이곳이 하나님 나라인 것을 아는 것이다. 육신이 죽어서 또 다른 육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영이 바로 성령이고 그 성령으로 살아가는 것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란 것을 아는 것이다. 성령으로 거듭나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 땅이 바로 하나님 나라인 것이다. 반면에 살아있는 동안에 거듭나지 못해서 여전히 자아(에고)로 사는 사람들은 죽어서나마 천국에 갈 거라는 소망을 갖게 되는데, 미래가 존재하지 않듯이 그런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영은 본래이신 하나님 그대로 존재하고, 육신은 흙이 되어 다른 동식물의 것으로 되돌아간다.
인간만의 영혼이 있어서 영원히 하나님과 함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만약 인간의 영혼이 영원히 하나님과 함께 한다면, 그 영혼은 하나님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수 억 명이나 된다니, 하나님이 자신과 동격인 인간적 하나님을 너무 많이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 영원히 산다는 것은 천국에 간 인간도 모두 하나같이 하나님이란 의미이다. 그러나 피조물이 하나님처럼 영원히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인간이 죽어서 천국에 가서 영원히 산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