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하늘에서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에 묻어 새하얀 빗금을 그려낸다. 빗소리는 공허한 천지에 가을 낙엽 밟히는 소리를 퍼뜨리고 있다. 잠시라도 내 마음이 자연에 의지하면 평화로와진다.
요즘 한국사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연일 시끄럽다. 국정을 농락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재산인 세금을 한 개인의 사익에 엄청나게 빼돌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부역한 사람들, 함께 공모하며 이익 챙기기에 바빴던 그들, 이들 모두의 비리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뚝터진 강처럼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사태가 이제 시작이니 끝날려면 큰 홍역을 치뤄야만 한다. 썩어 곪아 문드러지더니 이제 제대로 터지려나 보다.
인터넷으로 인해서 수시로 뉴스를 접하다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분노와 짜증이 발생하고, 아직 정신차리지 못하는 검찰과 박근혜를 보노라니 비웃음을 넘어 이제는 헛웃음이 난다.
눈을 뜨니 새벽 2시를 다가가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렸다. 옷을 입고 잠시 밖을 걸었다. 우산도 없이 날것의 비를 맞고 싶어서였다. 비의 감촉이 정겨웠다. 어깨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위층의 귀로 바로 전달되어 힐링이 되었다. 그렇게 잠시 걷다가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