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나는 철저히 고독해지려 한다. 어떤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홀로 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고독해지려고 한다고 해서 자연인처럼 산 속에 산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나는 그렇게 살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적한 전원주택에서 살 생각은 있다. 바로 옆에 숲이 우거진 명산이 하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몇 년 전부터 대전 주변을 많이 살펴봤는데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계룡산은 훌륭하지만 그 주변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내 노년을 어디에서 보낼지 찬찬히 생각해 볼 것이다. 그 전에 할 일도 많으니 급할 건 없다.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은 별 필요없는 일이지만, 아직은 한번씩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곤 한다. 때가 되면 국내 여행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 가능하면 걸어서 다니고 산과 들과 시골길을 많이 걷고 싶다. 그렇게 걷고 걸으며 자연과 사람사는 곳을 느껴보고 싶다. 그런 다음에는 유럽을 걸어다니고 싶다. 물론 이동할 때에는 기차를 타겠지만, 도시에 머물게 되면 그때마다 며칠씩 머물면서 주변을 걷고 보고 맛보고 냄새맡고 느끼면서 돌아다니고 싶다. 지금 생각으로는 3~6개월 정도 다니고 싶다. 만약 더 있고 싶다면 1년이라도 살다고 오고 싶다. 아니면 몇 달씩 몇 회에 걸쳐서 다녀올 수도 있고, 혹은 일이 년씩 특정 지역에서 지낼수도 있다. 단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또 하나는 해외 오지나 순례길을 많이 다니고 싶다. 여행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텐데 당분간 그런 돈을 좀 모을 생각이다. 돈이 모이고 체력이 좋아지면 하나씩 생각한 것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일이다. 시간이 흘렀을 때 내 마음이 바뀌면 바뀐 그대로 살겠지만 지금은 그런 계획을 가져본다.
요즘 마음공부를 하다보니 늘 현재에 의식이 머물러 있다. 그래서 미래의 계획을 세우더라도 그게 실제로 될 지는 나도 모르겠다. 삶은 경험하는 그 순간에 의미가 있지, 1초라도 지나면 모두 과거의 희미한 자취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아무리 여행을 많이 해도 여행을 하는 동안만 중요할 뿐 돌아온 순간부터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 된다.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없는 것에는 삶도 없다.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 추억 등에 미련을 두고서 자신을 위안 삼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다 헛 짓이다. 지나간 것에 연연해 하는 것은 별 의미도 없다. 그렇다보니 나중에 내가 여행을 갈 지도 의문이고, 갔다고 하더라도 여행하는 동안에는 또다른 삶의 감각을 느끼겠지.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겠지만 …… 어쨌든 지금은 국내와 해외 여행을 많이 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