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상이 본체를 알려고 한다는 그 자체가 참 신비롭다. 좀 더 좋은 예시가 생각나서 다시 써 본다.
내 몸에서 홀로그램이 비쳐져서 내 앞에 하나의 홀로그램 우주가 나타난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본체이고 홀로그램은 현상계이다. 홀로그램 안에서는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산도 물도 있다. 즉 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것이 있다. 그 안에서 사람이 생각한다. '본체는 누구인가?' 홀로그램 속의 사람은 홀로그램의 일부이다. 홀로그램은 내 몸에서 비쳐지는 것이니 본체는 내 몸이다. 하지만 홀로그램은 몸과 분리되지 않는다. 몸이 없이는 홀로그램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홀로그램 속의 사람은 내 몸을 직접 알 수 없다. 서로의 세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홀로그램 속의 사람은 그 속에서의 것들만 인식할 수 있다. 홀로그램 속의 사람은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홀로그램 세계 안에서 그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자신이란, 홀로그램 속의 사람을 있게 한 존재를 말한다. 즉 홀로그램 창조자를 말하는 것이다. 홀로그램 안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홀로그램과 하나인 이 몸에서, 자신을 포함해서 그 세계 전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다. 그냥 자신이 홀로그램 속의 독립된 인간이 아니라, 그도 홀로그램 자체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홀로그램으로 존재하면 더 이상의 갈등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홀로그램 속의 사람이 자신의 본성이 홀로그램이 아니고 그것을 있게 하는 몸(본체)라는 것을 아는 것이 거듭나는 것이다. 홀로그램 속의 사람은 단지 홀로그램일 뿐이고, 별도의 인간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사실 내가 내 몸에서 나오는 홀로그램을 쳐다보면 그 속의 모든 세계가 그냥 홀로그램이지 별개의 것들이 아니다. 홀로그램 속의 사람도 그것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치 홀로그램과 같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자신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현상계의 일부이면서 현상계 자체이다. 실제로 독립적인 개체가 없다. 전체가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현상계 안에서 너와 나를 구분하고 타자와 나를 구분하게 되니 마치 내가 별도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말 그대로 그렇게 느껴지고 생각되어 지는 것이다. 그 느낌과 생각도 결국 현상계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한데 말이다. 하나님 입장에서는 그냥 다 같은 하나의 세계이다.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표상되는 하나의 세계일 뿐이다. 그것을 제대로 실감하는 것이 깨어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