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을 다시 정리해 본다.
세상과 인간은 하나님의 표상이다. 하나님은 영이시고 절대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나타낼 수 없다. 절대자는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자신을 인식할 수 없다. 인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자신을 인식하기 위해서 세상을 만들었다고도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원론의 세계이다. 내가 있고 타자가 있다. 주체와 객체가 있다. 하나를 넘어서 둘이 있어야 서로 인식이 된다. 나는 하나님을 본체로 하고, 타자도 하나님을 본체로 한다. 그러니 내가 타자를 인식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나님을 인식하는 것이 된다. 내가 산을 볼 때 하나님이 하나님을 보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하나님의 입장에서 말한 것이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가 산을 볼 때 당연히 산을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산을 보는 나도 있다.
여기서 나라는 것이 참 애매하다. 진정한 나는 오직 하나님 뿐이다. 하지만 이 나는 하나님을 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또 다른 내가 있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나는 누가 나라고 하는 것일까? 생각이란 놈이다. 생각이 내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나가 실체가 묘연하다. 있다는 나를 따지고 찾으면 어떤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몸인가? 생각인가? 느낌인가? 의지인가? 기억인가? 아니면 이것들 전체인가? 어떤 것이든 나라고 한다면 고정적이고 변하지 말아야 할텐데 모두 한결같이 변하는 것들 뿐이다. 그러다보니 그것들 이면에 독립적인 어떤 영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생각이란 놈이 정말 문제 덩어리이다. 예를 들어보면, 불이 나면 연기가 난다. 불이 본체라면 연기는 현상이다. 불이 없이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연기와 불은 하나이지만 둘은 다른 성질이다. 어느 날 연기가 '나는 누구인가?', '하나님은 누구인가?', '진리는 무엇인가?' 하며 불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뿌리가 불인 줄 알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불을 찾아 나선다. 사람들이 진리를 찾아나서는 것이 꼭 이런 상황과 같다.
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게 불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찾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비록 연기로 있으나 불로 인해서 피어나는 것이라 여기면 된다. 즉 연기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불은 피어나고 연기는 계속 날린다. 둘은 그렇게 하나로 존재한다.(예시가 충분하지 않지만 이해를 바란다)
내가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에 의해서 표상되는 것들이다. 표상되는 것들이 표상하는 자(하나님)을 볼 수 없는 것은 둘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약 볼 수 있다면 분리되어 둘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못한다. 다만 표상되는 것은 표상되는 대로 존재하는 것 뿐이다. 그 중에서도 생각이란 놈을 주인으로 사용하지 말고 단지 기능으로 사용해야 한다. 생각이 스스로 주체라고 생각하는 한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글이 무슨 소용인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본성은 드러낼 수 없다. 그냥 가만히 존재하며 느끼는 것 외에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