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를 방문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데 옆 벤치에 앉아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달려온다. 내가 가만히 보기만 했더니 그냥 돌아간다. 잠시 후 가방을 열려는데 그 소리를 듣고서 또 달려온다. 과기원 학생들이 이곳 고양이들에게 자주 음식을 갖다 주는데 요즘은 돌보는 학생이 없는 듯 했다. 너무 측은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옆에 있는 학생회관 교내 매점에서 고양이 캔을 하나 샀다. 멀리서 내가 다가오자 이미 알아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갑게 맞는다. 얼른 캔을 따서 달라고 '야옹' 하면서 조른다. 무지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잠시 후 다른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나타났다. 캔에 담긴 고기를 꺼내어 둘이 나누어 주었다. 싸우지 않고 잘 먹는다.
고양이가 밥을 다 먹자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난 책을 조금 더 읽다가 바로 앞에 있는 연못 분수로 향했다. 해가 지기 직전에 이 분수에 무지개가 생긴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오늘도 그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 벤치에 앉아 한참 바라보았다. 마침 옆에 거위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