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18일 월요일
오전 11시 30분.
오늘 민박집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새로운 사람이 한두 명 찾아온다. 그만큼 매일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오늘은 특히 많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집이 조용할 것 같다.
오늘은 내가 꼭 방문해야 할 곳만 찾아가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다.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으니까.
(몽마르뜨 언덕)
오후 1시.
몽마르뜨 언덕에 올랐다. 파리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서 마침 현악기로 캐논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인데 이처럼 전망이 좋은 곳에서 캐논의 생음악을 직접 듣다니…… 너무 기분이 좋다.
이곳은 ‘사크레리르 사원’ 아래 돌계단이 있는 곳이다. 파리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며 경치를 바라보고 있다.
사원
내부로 들어왔다. 둥근 돔이 중앙과 앞 쪽에 있는데, 앞 쪽 돔 지붕에는 흰옷을 입은 예수 그리스도가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자이크가 있다. 주변의 황금색과 조화가 되어 찬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림인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돌에 색을
입혀서 전체 그림을 완성한 것 같다. 내부는 생각 외로 상당히 넓다. 사람들은 종종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조용히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묵상에 잠겨 있다. 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상적이다. 용서와 사랑을 보이는 듯한 그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을 주는지도 모른다. 나도 조용히 묵상을 했다. ‘우리 죄를 위하여 오신 주님,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여 주소서’ 라고 기도했다.
오후 4시 40분.
에펠탑
주변에서 많이 헤맸다. 지하철을 빠져 나와서 골목에 들어섰는데 골목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에펠탑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지를
못했다. 가끔씩 높은 건물 사이로 탑이 보이긴 했지만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곧 탑이 건물에 가리어 보이지 않고 그렇게 또 걸어가다
보면 몇 블록도 못 가서 길을 읽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지금은 에펠탑 아래 잔디밭에 앉아서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에펠탑을 바라보고 있다. 기분도 전환할 겸해서 조금 전에 샀던 와인을 꺼내었는데 하필이면 콜크 마개로 덮혀 있어서 그림의
떡마냥 바라만 보고 마시지는 못했다.
방금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와서는 잔디에 앉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는
지나가다. 할 수 없이 옆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에펠탑이 어떻게 생겼나 좀 두드려보고 노트르담사원으로 가 봐야겠다.
포도주가 자꾸 생각난다. 아까워 죽겠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