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7일 목요일
오전 8시.
로마의
교통수단으로 유명한 것은 오토바이인 것 같다. 로마 시내 어디를 다녀봐도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하는데, 남녀 구별이 없이
타고 다닌다. 그리고 대부분의 오토바이는 앞에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보호막이 있다. 양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선글라스를 쓴 채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침에 들려오는 오토바이의 괴성은 어제 오늘 내 아침잠을 깨우고 있다. 무슨 큰 트럭이 계속 지나가나 싶어 창을 열어보면 자동차 사이를 수 십대의 오토바이가 소리를 내며 함께 달리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길은 대체로 좁은 편인데 로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로마는 교통질서가 너무 문란해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건널목을 건널려고 해도 차들은 사람을 무시한다. 파란불이 켜져있는데도 말이다.
오전 10시 15분.
스위스로
가기 위한 쿠셋을 예약하려고 했지만 내일 밤에 떠나는 것은 모두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부득이 다음날 9일 밤으로 일정을
바꾸었고 로마에서는 하루 더 머물게 되었다. 지금은 바티칸에 가기 위해 40번 버스에 올랐다. 바티칸은 12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버스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처럼 무리하지는 말자. 저녁 8시 이전에 숙소로 돌아가야지.
(바티칸 광장)
오전 11시 25분.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돔 위에 올라와 있다. 돔 천장에는 아름다운 성화가 벽을 따라서 그려져 있다. 여자 한 명과 15명의 남자가
있는 그림이다. 내가 서 있는 돔 바로 아래 벽면은 돌을 쪼아서 모자이크를 만들어 붙여 놓았다. 돌의 천연 색상이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라다. 유럽은 거의 다 이렇게 돌을 이용해서 예술 작품을 만든다.
돔 안쪽에는 철망이 쳐져 있다. 그 철망 위를 거닐면서 아래 성당 안을 내려다 보니 너무 높아서 아찔하다. 다리가 조금 떨린다. 아래에는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온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바티칸 성당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
오후 12시 20분.
성당
꼭대기에서 리프트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내부는 너무 화려하고 멋져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어디서 성가가 들려서
그곳으로 가 보니 성당 한쪽 구석 예배실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왼편 앞쪽에 검정색 정장을 한 성가대가 있고, 앞에서는 신부님 한
분이 라틴어를 읽고 있다. 그 앞에 줄지어 놓여있는 의자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앉아 있다. 지금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많이 하던 모습이다. 예배 도중에 옆에 앉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신부님의 말씀이 끝나자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중앙으로 줄을 지어 신부님께 나아간다. 성찬예식을 하는 것 같다. 성가대가 무반주로 경건하게 찬송을 한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경건해지는가 보다.
요한
바오로의 시체가 안치된 곳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를 보기 위해 그곳을 지나가고 있다. 나 또한 안치된 곳을
지나가며 관 속에 누워있는 그를 보았는데, 빨간 옷을 입은 생명없는 교황이다. 시체에다가 무슨 칠을 했는지 조각처럼 윤기가 났다.
성당 입구 오른쪽에는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피에타’가 있다. 은은한 조명에 하얀 조각상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입구에는 예수님의 생애를 조각한 청동문이 있다. 그 앞에서 사진 하나 찍었다.
오후 4시 30분.
점심을
간단히먹고 지금까지 바티칸 박물관을 돌았다. 지금 내 앞에는 <최후의 심판>이 정면 벽면에 거대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의 원죄>가 다른 여러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다. 이 방은 사방이 성화 투성이다. 이렇게 멋진 곳에 내가 있다니…… 여기서 그냥 몇 시간이고 앉아서 바라보고 싶다.
오후 6시 55분.
‘트래비 샘’에 왔다. 그리고 동전 2개를 등 뒤로 던졌다. 둘 다 풍덩 소리를 내면서 ‘트래비 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2개를 던졌으니 나도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
오후 10시 35분.
오늘
바티칸 꼭대기에서 한국인 아가씨 두 명을 만났다. 1주일 휴가를 내고 파리와 로마를 돌아보고 이틀 후에는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바티칸에서부터 난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숙소에 돌아오기 전 떼레미니 역 맥도날드에서 콜라를 마시며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숙소에 돌아오니 4명의 여행객이 더 와 있었다. 모두 한 팀으로, 두 분은 40대 후반 부부인 것 같고, 나머지 2분은 모녀간에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내가 들어서자 온통 여행 얘기로 꽃이 피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비빔밥인데 장말 맛있었다. 잘 밤에 이렇게 먹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오늘 바티칸과 미술관에 대한 경험담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다. 세 명이 함께 움직이다보니 기록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내 짧은 언어 표현력으로는 그렇게 위대한 예술품들을 표현할 능력이 안 되었던 것도 있었다.
바티칸 입장료는 리프트를 이용료를 포함해서 7,000L, 그리고 바티칸 미술관은 18,000L 들었다. 조금 비쌌지만 결코 아깝지 않은 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