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인간이 되도록 만들어진다.
태어남은 주체가 세계로부터 분리됨을 의미한다.
그 분리는 나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게 만들고
인간화된 하나의 모형 속에서 살도록 강제받는다.
인간은 인간다와야 인간으로 대접받는다.
인간답다는 것은 주체를 탄생시킨다.
주체는 객체를 쌍둥이로 태어나게 하고
갈등과 대립은 사생아로서 더불어 태어난다.

나는 내 이름을 참 귀하게 생각해 왔다.
지금도 여전히 내 이름은 귀하다.
그러나 내 이름은 나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내 이름을 불러본 적은
다른 이에게 나를 소개할 때 뿐이다.
나는 나를 위해서 내 이름을 부를 이유가 없다.
그냥 나로서 살면 그뿐이다.

나에 대한 정보는 태어나면서부터 만들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혹은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 속에는 나가 없다.
있는 것이라곤 나에 대한 지금까지 축적된 정보 뿐이다.
나에 대한 정보가 나를 대신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서 조차 소외되고 외면받는다.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
분리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종교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