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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유럽배낭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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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째 - 짤쯔부르크

2001년 5월 30일 수요일

오전 6시 40분.

뮌헨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먹는다.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짐을 정리했다. 며칠 동안 갖고 있던 빵 하나와 사과 하나가 지금 내 아침 식사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상쾌한 바람이 들어왔다. 어제 밤에 빨았던 속옷과 양말은 밤새 다 말라 있었다. 이제 곧 짤즈부르그로 출발해야 한다.


오전 7시 15분.

짤즈부르그행 열차에 올랐다. 1등석은 지금 나 혼자만 한칸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기분이 좋다. 아침에 먹지 못했던 사과를 지금 먹고 있다. 여기 사과는 맛이 좋다. 그리고 단물이 많아 목이 마를 때 먹으면 갈증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혼자라서 좋아했더니 지금 막 2명이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전등도 켜져서 이제는 열차 안이 환하다.

유럽에는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자연스럽게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멋이 되는 사람들이다.

뒤에서 손톱깎는 소리가 난다. 동양 사람인데 정확히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다. 손톱깎기는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데…… 음… 방금 중국어 소리가 들렸다. 그럼 중국인이구나!

벌써 11일째 여행이다. 남은 날은 아직 많은데 지나간 날은 정말 짧기만 하다. 늘 시간은 우리에게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그래서 시간이 많다고 머뭇거리다 보면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흘러가버리곤 한다.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오전7시 25분). 이제 눈을 좀 붙이자.


오후 12시 35분.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돌고 있다. 마리아가 아이들과 만나 거닐었던 궁전과 정원, 그리고 그들이 함께 보트를 탔던 호수도 보인다. 영화에서 들판에서 뛰어 놀던 장면이 나왔던 배경인 그 산에는 산을 오르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함께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타길래 나도 탔다. 좀 비샀지만 재미는 있었다.
지금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이다. 빨리 점심을 먹어야겠다. 그리고 귀국하면 꼭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오후 2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도레미송’을 불렀다는 미라벨 정원에 와 있다. 중앙에는 잔디밭이 있고 빨간 꽃으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정원 가운데에서 분수대가 힘차게 한줄기 물을 내뿜고 있다.


오후 3시 15분.

모짜르트 생가에 다녀왔다. 미라벨정원 뒤로 가서 다리를 건너 뒷골목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가 나왔다. 그 사이에 황색건물이 있는데 그것이 모짜르트가 어릴 때 살았다는 생가이다. 그곳에는 모짜르트가 어릴 때 사용했던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있었고, 그가 작곡했던 악보도 전시되어 있었다. 모짜르트의 물건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를 느껴 보았다.

생가를 나오는 길에 작은 뺏지용 바이올린과 그가 작곡한 곡의 그림엽서를 샀다. 여행 후에 선물할 사람이 있어서다.


오후 3시 45분.

대성당에 와 있다. 천정 원형 돔에 그려진 벽화가 인상적이다. 모든 벽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고 중앙에 있는 긴 의자는 오래된 나무로 만들어져 줄을 서듯 늘어져 있다.
성당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볼 때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감미로운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음성이었는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실제로 부르고 있는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조금 더 집중을 해 보았다. 분명 실제로 부르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성당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앞쪽에서 한 사람은 오르간을, 다른 한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듣는 성가는 내 영혼 속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스며들어 왔다. 내 온 몸이 맑아지고 있다.


오후 4시 20분.

모짜르트 생가 주변을 돌고나서 다시 미라벨 정원으로 왔다. 그늘진 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다. 여기도 관광객으로 와서 나처럼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도 많다. 방금 멋지게 차려 입은 노부인이 내 옆에 앉아 함께 쉬고 있다.


오후 5시 25분.

햇볕에 얼굴을 좀 태우고 나서 시원한 그늘 아래 잔디밭에 누워서 눈을 좀 붙였다. 산들바람이 스쳐 지나가니 졸음이 저절로 왔다.
내 앞에서 새 한 마리가 나를 쏘아보고 있다. 나도 새를 쏘아본다. 갑자기 새가 고개를 꺄우뚱 하더니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먹이를 찾는 모양이다.

중국계 배낭여행족이 내 주변에 와서 앉았다. 이들도 뜨거운 열기를 피해서 쉬로 온 것 같다.


오후 6시 10분.

역에 와서 시간을 확인하니 내가 갖고 있는 시간표와 조금 달랐다. 조금 일찍 오지 않았다면 큰 일 날 뻔 했다. 뮌헨으로 가는 열차는 오후 7시 5분에 있다.

점심 때 남은 빵을 먹다가 옆에 있는 비둘기에게 한 조각을 주었다. 그랬더니 사방에서 비둘기 떼가 나를 덮쳤다. 몸이 작아도 뭉치면 강하다. 내가 도망가지 않고 어떻하랴!!!


오후 7시 15분.

여행은 사람이 많은 생각을 하게끔 늘 사색의 분위기를 만든다. 벌써 11일째라니… 열차 창밖으로 멀리 눈덮힌 알프스 산맥이 보인다. 태양이 이렇게 강렬한데도 산 위의 눈은 녹이지 못한다. 산 아래 교회 하나가 너무 예쁘다. 그리고 그 앞으로 풀밭 사이로 굽어 이어진 길도 너무 예쁘다.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에 이토록 화가가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역사를 뒤흔드는 문화를 갖고 있으니 사람의 영혼에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오늘 모짜르트 생가를 둘러보고 나서 대성당 앞으로 가다가 어떤 화가가 한 여인의 얼굴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그의 섬세한 손놀림과 영혼까지 꿰뚫어 볼 것 같은 날카로운 관찰력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눈동자와 눈썹 그리고 입술… 얼굴 윤곽선, 머리… 이렇게 하나하나 그의 손이 종이와 만날 때마다 새로운 생명이 종이 위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연필 초상화는 나도 예전부터 배우려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그러한 마음이 변함없는데 다시 한번 도전을 해 봐야겠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그림을 그리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난 내가 생명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 그녀의 영혼을 백색의 종이 위에 담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내가 많이 깨어지고 낮아졌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내 영혼까지 정화될 수 있을까? 이곳 유럽에서 교회를 방문할 대마다 기도를 드리지만, 진심으로 내 삶이 하나님께 부끄럼이 없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5년이 지나면서 많은 경험을 하는 동안 나도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늘 한결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소중한 것들은 스스로 지켜서 잃지 않는 지혜와 의지는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그것에 못지않게 잃어버린 것도 많다. 그 잃어버림이 아직까지 내 마음을 슬프게 한다.

오늘 처음으로 수도사 두 사람을 보았다. 내가 20대에 참 동경을 했었다. 무소유를 지향하고 공동의 생활을 하면서도 말은 삼가고, 스스로 자립하며 기도하고 영혼을 정화시키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 나에게 너무도 친근하게 와 닿았었다.
세상과 분리된 듯하면서도 인류를 멸망으로부터 건지기 위해 기도하는 그들의 영혼의 힘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가난 속에서 더 풍족함을 얻고 자신을 비움으로써 더 큰 존재를 얻는다. 하나님은 나와 분리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내 본질을 품고 계셨고 나를 존재케 하신다.


 

 

이    름 :무용
날    짜 :2007-08-2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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