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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째 - 빈

2001년 6월 1일 금요일

열차 안에서. 오전 9시 25분.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서 씻고 갈 채비를 했다. 옆방의 숙녀분들은 아무런 기척이 없는 걸 봐서 여전히 깊이 잠이 든 것 같았다. 문을 잠그고 열쇠를 주인 아주머니가 알려준 직은 구멍으로 던지고 역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빈(Wien)으로 가는 열차 시간을 물으니 시간표를 프린트해서 나에게 건네준다. 8시 37분에 출발하는 것이 있었다. 체코 국경 도시인 Breclav에서 11시 55분에 내려서 12시 15분경에 갈아타야 했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서 체코 돈으로 Breclav까지 1등석을 요구했다. 티켓을 받아 살펴보니 체코글이 있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숫자 2가 하나 보였다. 조금은 미심쩍었지만 그냥 1등석에 앉아 있었다. 돈은 모니터에 보이는 대로 지불했으니 혹시나 2등석이더라도 잘못 계산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차가 출발을 하자 승무원이 티켓 검사를 했다. 아니나다를까 내 티켓을 보더니 2등석 티켓이라며 이곳은 1등석이니 자리를 옮겨야 한다고 말하고는 지나갔다. 내 직감이 분명했다. 지금은 승무원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1등석 티켓으로 바꾸기 위해서. 참고로, 체코에서는 유레일패스가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구간을 티켓을 끊어야 한다.

몸이 많이 피곤하다. 눈을 좀 붙였으면 좋겠다. 내 앞에 앉은 승객이 줄곧 담배를 피우더니 이제는 전화까지 해댄다. 차라리 2등석으로 옮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식당차에서 아침을 먹을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오전 9시 42분.

방금 기차가 Paradubice 역에서 정지했다. 나는 얼른 짐을 챙겨서 식당차로 이동을 했다. 식사를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2등석으로 이동했다.
“May I take a seat?”
머리가 하얗고 이마가 조금 벗겨진 60대 아저씨가 점잖게 머리를 끄덕이신다. 나도 감사의 표시로 모리를 끄덕이고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밖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프라하의 첫 느낌도 떠나는 지금까지도 조금은 축축하고 어두운 느낌이다. 이젠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12시 30분.

국경 도시인 Breclav에 도착했고, 양쪽 국가에서의 여권확인 및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친 후 열차는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빈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실 빈은 좀 생소하다. 숙박이나 여행에 관한 정보를 가장 빈약하게 갖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어쨌든 부딪히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내 맞은 편에 아래위로 검정색 옷을 입은 30대 후반의 여자가 앉았다. 남미계열의 여자 같은데 아무런 짐도 없이 홀로 몸만 열차에 실었다. 그 동안 여행으로 지쳤던지 앉자마자 눈을 붙이고 있다. 가지런히 무릎 위에 얹은 손가락에는 5개의 화려한 반지가 양손가락에 끼어져 있다. 혹시나 나와 발이 부딪힐까 바짝 다리를 자신 쪽으로 당긴 상태인데 무척 조심스런 몸가짐을 하고 있다.


오후 7시 16분.

한 여인을 보았다. 빈의 시내 중앙에 있는 맥도널드 2층에서 그녀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검정색 머리카락에 검정색 옷을 입은 그녀. 무엇을 읽고 있을까,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다. 그녀가 읽고 있는 것은 중국어로 쓰여진 책이었다. 난 그녀와 2미터 정도 떨어진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한번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 갸름한 얼굴에 어깨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곧은 머리가락.

내가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 자신 알아차린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눈이 마주쳤다. 난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무척 지적으로 보였고 맑은 얼굴이었다. 성숙하고 몸가짐이 단정한 여인처럼 보였다. 마치 임청하의 젊었을 때 모습을 연상케 했지만 얼굴은 그녀가 더 갸름하다. 그리고 미소짓는 그 얼굴이 온통 신비로운 마력으로 내 정신을 혼미케 했다.

내가 어떻게 이처럼 먼 이국까지 와서 이처럼 매력적인 여인을 만날 수 있을까? 국적이 문제되지 않았다. 다만 한 순간에 내 정신과 마음을 빼앗을 만큼 강렬한 매력을 지닌 여인을 봤다는 그 자체가 지금은 중요한 것이다. 바라만 봐도 행복한 여인이다.

지금 그녀는 갔지만 그녀의 책 읽는 모습, 나와 마주친 그 눈빛은 내 마음 속에서 사라질 줄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얻은 것 같다.


오후 8시.

아직 맥도널드 2층이다. 오늘 일을 기록하고 호텔로 가려고 한다.

오스트리아 빈(Wien)에는 오후 1시 30분에 북역(Nord역)에 도착했다. 환전을 해야 하는데 그 어디에도 은행을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큰 길로 나가서 한참을 걸어서 겨우 환전을 할 수 있었고, 1회 환전 수수료가 최소 50AS나 되었다. 놀랄 일이었으나 돈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환전을 한 후 그 돈으로 1일 프리패스를 구입해서 지하철을 이용했다. 점심은 거리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주문해서 먹을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곳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현금을 아껴야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금 있는 이곳 맥도널드도 현금만 받아서 돈을 주고서 사 먹었다. 이 글을 쓰면서 쓰린 마음을 달래고 있다.

빈 남역(Sudbahnhof)에 가서 내일 밤 피렌체로 갈 열차 쿠셋(침대칸을 예약했다. 왼쪽 1번 창구에서 신용카드를 안 받을려고 해서 2번 창구로 가서 결제를 했다. 신용카드가 안 되니 정말 불편했다. 그런 후 U1을 타고 Kepler Platz역에 내려 500AS를 주고서 호텔을 잡았다. 별2개 정도 되는 호텔 같았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이곳 슈테판 광장까지 온 것이다.


(성 슈테판 성당

광장 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뻗어 있는데 중앙에 성 슈테판 성당이 있다. 오늘은 거리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어제 프라하에도 음악의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곳도 많은 음악가를 배출했듯이 거리에서도 음악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반기는 즐거운 풍경이 많았다. 몰론 그들 앞에는 늘 작은 그릇이 하나씩 있었지만…… ^^

광장 중앙에서 인형극을 하는 것이 보여 가까이 다가갔다. 음악에 맞추어 인형들이 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앞쪽에서 젊은 동양인 아가씨 하나와 서양인 아가씨 하나가 나를 보며 자기네들끼리 머라고 수군거리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Where do you come from?”
“Korea!”
그랬더니 동양인 아가씨가 한국말로 다정히 나를 반겼다. 그녀는 이곳에 가족이 함께 이민을 와서 살고 있단다. 지금 거리에서 전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 빈에서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너무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전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녀가 중요한 관광지를 나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오늘 다 체크를 한 곳이지만 조용히 듣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난 식사를 하기 위해 그녀와 헤어졌다. 그리고 약 50미터 떨어진 맥도널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
나는 잊지 못할 한 여인을 본 것이다. 그녀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심하게 뛰고 마음이 설레인다. 그녀 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녀가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후 11시 30분.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갔다.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푹 자야겠다. 내일 많이 돌아다녀야 하니까.

 

 

이    름 :무용
날    짜 :2007-08-2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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