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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오후

20101213

비가 내린다. 12월의 비는 낯설다. 눈이 와야 겨울다운데 비가 와서 마음까지 축축하다.

친구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서 사무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많아서 생각보다 늦었다. 유성을 지나는 작은 하천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큰 새 한 마리가 하천 한가운데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저 새는 카이스트에 살고 있는 새인데...... 우리 집 뒷 산에도 몇 마리 살고 있긴 하다. 근데 이곳까지 와서 비를 맞으며 앉아 있다. 새는 비가 오는 것이 그리 새삼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한번씩 몸가짐을 바꾸고 꾸준히 서 있기만 한다. 내가 지켜보는 것도 그리 신경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30대 외국 여자가 작은 애완용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서 내 옆을 지나갔다. 개는 가만히 걷지를 못하고 계속 멈추며 길가에서 냄새를 맡는다. 그럴 때마다 그녀도 함께 멈추어 서서 개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론가 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되돌아와서는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종종 걸음으로 바삐 사라졌다.

그 사이에도 새는 여전히 굳은 절개를 지키듯이 가만히 서 있다. 나는 쪼그려 앉아서 새를 노려보았다. 거리가 있어서 새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동상처럼 서 있는 새가 재미있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살짝 고개를 비튼다.

30대 남자가 하천길을 따라서 지나갔다. 그 길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걸어가는 길인데 행인이 우산을 쓰고 혼자서 걸어가니 고독해 보였다. 그만 고독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새도 무척 고독해 보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나도 고독하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가 아니던가!

 

 

 

 

이    름 :무용
날    짜 :2010-12-13(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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