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경 교수의 유식학 강의(10강)이다. 오늘 우연히 발견해서 절반 정도 듣고 있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어서인지 강의 내용이 너무 잘 이해가 되었다. 내일까지 모든 강의를 다 들을 생각이다. 방문하신 분 중에서 강의 10개 모두 듣고 싶으면 유튜브로 들어가서 들으면 된다.
한자경 교수의 강의를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한교수의 책 《대승기신론 강해》를 대출했었다. 지금까지 절반 정도 읽었다. 한문 용어가 많아서 조금 어려웠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불교의 핵심 교리를 말해주고 있어서 끝까지 읽어볼 생각이었다. 문득 이 정도의 책을 쓸 사람이면 분명 강의 동영상도 있을 것 같아서 유튜브에 검색을 했다. 한교수의 유식학 강의가 있었다. 첫번째 영상에서 여자분이라 놀랬다. 나는 남자 교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입관이란 이래서 무섭다. 여자 교수가 이런 전문적인 종교 서적을 쓸 거라는 생각을 못한 내가 참 어리섞었다.
책을 대출한 다음 날 둔상동 교보문고에 들었었다. 그 서점에 갈 때마다 전부터 탐이 났던 불교서적 하나가 있었다.《심층마음의 연구》인데, 책값이 비싸서 계속 망설이고 있던 터였다. 그날은 책 제목을 보면서 저자 이름도 봤다. 저자가 바로 한자경 교수였다. 어디서 본 이름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대출한 책의 저자라는 걸 알았다. 깜짝 놀랬다. 이래저래 한교수와 인연이 자꾸 생긴다. 조금 전 충남대 중앙도서관 웹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그녀의 책 상당수가 보였다. 일단 대출해서 쭉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건 구입할 생각이다.
이분은 독일에서 칸트 철학을 연구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칸트의 비판 시리즈와 헤겔의 현상학도 상당히 관심이 많은데, 마침 헤겔의 현상학 해설집도 하나 출판했다. 여러모로 도움받을 일이 많은 듯하다.
하나님이 만드신 법은 자연법이다. 그 자연법 안에서 인간은 사회법을 만들 수 있다. 자연법은 그 자체로 실체이고 진리이지만, 사회법은 자연법 질서 위에서 일정한 약속에 의한 관념으로 질서지어진다. 인간의 윤리와 관습 그리고 다양한 법들은 사회법으로써 일종의 관념이다. 인간이 규정한 선과 악도 자연법 위에서 규정된 관념의 법이다. 자연법은 그 법의 규칙을 절대 벗어나는 일이 없다. 반면에 사회법은 약속된 규칙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위반되거나 변경되거나 무시될 수 있다. 따라서 권력자들이나 종교인들이 적절한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피해갈 수 있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만약 어떤 악인이 한 사회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면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들의 힘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가 심판을 받든지 그렇지 않든지 모두 자연법 위에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자연법으로 이미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셨고, 사람은 그 가능성을 최대한 선하게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악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어떻게 활용하든 그것은 자연법을 이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자연법은 냉정하다. 선한 자에게도, 악한 자에게도 공평하게 대우한다. 자연법으로 악한 자가 선한 자를 공격할 수도 있고, 선한 자가 악한 자를 벌할 수도 있다. 선한 자가 많다면 그 사회는 그 만큼 평화로운 사회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회라면 그곳에 사는 사람은 불행해 질 것이다. 시대적으로도 자연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중세가 그러하다. 지역적으로도 자연법이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독재국가나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일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정의는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실현된다. 하나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선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