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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5일 [보기]

의식 안에 몸-마음도 나타나고 세상도 나타난다. 몸-마음이 나라고 하면 세상은 남이 된다. 그런데 몸-마음을 보면서 세상도 함께 볼 수 있다. 몸-마음이 나라면 그것을 지켜보는 자는 또 누구일까? 보는 자가 나라고 해야 정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몸-마음은 내가 아닌 것이다. 몸-마음이 내가 아니면 누구일까? 그것은 그냥 세상의 일부이다.

의식 자체가 지켜보는 자이며, 그 지켜보는 자가 나이다. 의식은 세계를 탄생시킨다. 따라서 세계는 나 자신이다.

이곳 <삶의노트>에 글을 쓰는 자는 나 자신이다. 그런데 몸-마음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의식 안에서 저절로 글이 쓰여지고 있다. 전체가 나 자신인데 굳이 또 다른 나를 세울 이유가 없다. 글쓰기에서 '나'라는 표현이 사라지려 한다. 그게 마땅하다. 
2018년 12월 05일 [보기]


(유성 갑천. 정면에 보이는 다리는 '카이스트교'이다) 

오늘도 늦은 오후에 갑천을 걸었다. 날씨가 어제보다 추웠다. 미리 알고 겨울 옷을 제대로 입고 나섰다. 유림공원 전망대에 올라서서 갑천을 넓게 바라보았다. 시선을 이쪽저쪽 옮기며 변화하는 풍경을 즐겼다. 다시 길을 걸었다.

하천길은 흔들거리며 계속 밀려났다. 저 멀리 가운데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길을 따라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의식의 초점이 그에게 향하자 그가 마음의 중심이 되었다. 그가 왼쪽 시야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사라졌다. 다시 길이 환하게 나타났다. 물오리들이 보였다. 의식은 다시 물오리로 향했다. 이제 그들이 마음의 중심이 되었다. 물오리의 경계하는 눈빛이 내 눈빛이 되었다. 물쌀을 가르며 비켜나는 오리는 나의 조심스러움이었다. 다시 길을 걸었다. 해가 서녘 하늘로 기울고 있었다. 수통골 금수봉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은 나의 마지막 뜨거움이었다. 나는 석양의 풍경이 되어 산 아래로 내려갔다.

의식의 초점이 만나는 곳이 마음의 중심이다. 세상은 그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희미해진다. 의식은 곧 나 자신이다. 의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의 표현이다. 
2018년 12월 05일 [보기]

아무리 멋진 숲길이라도 매일 걸으면 지겨워진다. 아무리 화려한 여행지라도 여러 번 방문하면 지겨워진다. 왜 일까? 한번 이상 경험한 지역은 그의 기억에 처음 봤던 장면의 이미지가 남아 있어 저장된 그것으로 같은 장면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신하지 않고 생기가 없고 지겨워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한번 간 장소는 잘 찾지 않고 매번 다른 장소를 찾는다. 실제로 그 장소는 똑같은 장소가 아니다. 매번 바뀌고 있지만 다시 찾는 그 사람은 그 미묘한 변화를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이는 먼 길을 떠나서 도착한 여행지를 볼 때도 자신이 사진에서 보았던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볼 바에야 그냥 집에서 사진을 보지 왜 그리 힘들게 가서 볼까? '내가 본 사진이랑 똑 같아'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는 눈 앞의 풍경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어야 진실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것이다.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이 다른 곳을 여행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멋지고 경의롭겠는가? 
2018년 12월 05일 [보기]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진리를 깨달아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기독교인도, 유대인도, 무슬림도, 힌두교인도 깨달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불교는 열린 종교이다.  

기독교는 자기 종교 이외에는 구원이 없다고 말한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면 진리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진리를 알지 못하는 건 비기독교인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는 기독교인인 듯싶다. 닫힌 종교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모든 기독교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문자주의적 근본주의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근본주의자들은 불교를 포함해서 모든 종교에 다 있다. 하지만 절대신을 믿는 종교에서 특히 그런 성향이 강하다. 

종교가 진리를 판단할 수 없다. 하나님은 절대자이면서 진리 그 자체이시다. 진리가 보편적이지 못하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 망상이다. 기독교의 하나님만 강조하면 그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기독교인이 창조한 어떤 무엇인 것이다. 서구에서 왜 사람들이 신은 없다고 말하겠는가? 인간이 만든 관념의 신을 신이라고 고집하니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냥 이렇게 아무런 제한없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서나 존재한다.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I am That I am)" 
2018년 12월 05일 [보기]
눈은 변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망막에 상이 맺히면 그것을 전기 신호로 뇌에 보낸다. 뇌는 그것을 다시 해석해서 마음에 투사한다. 그런데 망막에 맺힌 이미지는 변하는 과정의 상이 아니고 정지된 상이다. 즉 사진을 찍듯이 흘러가는 상의 하나를 찍어서 뇌로 보내는 것이다. 눈과 망막은 그 작업을 쉼없이 계속 하고 있다. 마치 영화 필름처럼 많은 상을 흘려보내니 마치 끊김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의 눈에 보이는 상은 진짜가 아니고 가짜이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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