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박문호 박사의 강의이다. 이분의 책은 나도 두 권 갖고 있다. 전에 강의도 많이 들어서 뇌과학자로서 탁월한 분임을 잘 알고 있다. 전에도 강의에서 들은 내용인데, 이 동영상에서도 초반에 말씀하는 걸 보고 이곳에 남긴다.
자신의 영혼이 몸에서 분리되어 공중에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환상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체험을 한 후에는 그 사람은 영혼이 있다고 믿게 되고, 그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날 의사가 수술중에 우연히 환자의 오른쪽 뇌의 한 부분을 건드리니, 환자의 의식이 몸 밖으로 나와서 공중에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환상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영혼이 몸과 분리되는 체험 같은 건 일종의 환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진작에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양화영씨가 산사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른다. 몇 년 전 영상인데, 오늘 우연히 보게 되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다 들었다. 청소년 시절 양화영씨 노래를 처음 들었다. 그때 <한마음>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인 강영철씨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내가 양화영씨를 기억하는 첫 순간은 그녀의 눈빛 때문이었다. 10대인 나에게도 그녀의 눈빛은 너무 맑았고, 우수에 젖은 신비로운 눈빛이었다. 게다가 목소리 또한 얼마나 독특하고 매력적인지 첫 만남에서 나는 빠져들었다. 몇 년 후 그녀의 이혼 소식이 들려오고, 그녀의 눈빛은 더 슬퍼보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와 그녀의 노래도 그렇게 잊혀져갔다. 그러다가 가끔씩 거리에서 텔레비전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옛 기억을 떠올리며 듣곤 했다.
양화영씨는 아주 곱게 나이를 먹는 것 같다. 처음 데뷔했을 당시에는 무척 촌스런 느낌도 들었는데(물론 내가 따질 군번은 아니다. 나보다 촌스런 사람 없었으니까^^), 지난 몇 년 동안 그녀의 모습을 보면 신비스런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너무 세련되지도 않으면서 곱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발견한 저 동영상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수수하면서 참 곱다. 다행스런 것은 이제 그녀의 눈빛에서 슬픔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밝은 노래 많이 불렀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이지만 우산 쓰고 밖을 걸었다. 여느 때처럼 카이스트 안쪽까지 걸어가서 건물 아래 마련된 야외 탁자에 앉아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비오는 날 야외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서 명상하기에 더 좋다. 구름은 바삐 흘러가고, 빗물은 동심원을 만든다. 모두 내 마음 속 세상이다.
내 오른쪽 룸(room)에서 두 명의 학생이 쥐죽은 듯 앉아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밖에 넓은 야외 탁자에는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나 혼자만 있었다. 두 학생은 지식을 채우기 위해서 열공 중이고, 나는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놀고 있었다. 일상에서의 명상은 일종의 놀이다. 이것도 즐겁지 않으면 오래 못한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나 신학, 철학, 사상, 이데올로기, 여론과 같은 관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렇게 보면서도 본인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 습관이 몸에 베여있는 것이다. 관념을 벗고 세상을 보니 세상은 참 단순했다. 그 단순한 드러남에 얼마나 많은 관념의 옷을 입혔는지 모른다. 무슨 옷을 입혔느냐에 따라서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요즘 정치나 경제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댓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살펴볼 때 온통 관념 투성이다. 세계는 관념없이는 잠시도 존재할 수 없을 것처럼 사람들은 살아간다. 관념 속에서 사는 삶은 너무 피곤하다. 그곳에는 평화가 없다.
지금 나는 다 떨쳐버리고 평화 속에서 산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다보니 많이 미숙하다. 그렇지만 나날이 평화의 깊이에 빠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