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말과 글과 그 밖의 다양한 기호로 진리를 알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러면 진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직접 진리를 경험해 보는 수 밖에 없다.
진리는 경험이 되는가? 경험이 된다. 나의 삶 자체가 진리의 경험이다. 살아가면서 의식하는 모든 순간이 진리의 경험이다. 하지만 진리는 현상적으로 경험되기 때문에 진리 본체를 경험할 수가 없다. 진리 자체는 인간의 몸으로는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없다. 구약시대에 하나님이 사람을 만날 때 늘 다른 형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상기해 보라.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인간은 진리와 늘 함께 있으면서도 진리를 알지 못한다.
진리를 말하는 자는 누구인가? 진리 자체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오직 하나님만 진리이다. 그러니 이제는 진리 대신에 하나님으로 대신 사용하겠다. 우리가 진리에 대해서, 하나님에 대해서 말을 할 때 그 말을 하는 자는 누구인가? 하나님인가, 인간 자신인가? 본질적으로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하신다. 하지만 이런 질문으로 머리를 쥐어 뜯는 이는 사람이다(지금 내가 이런 문제로 생각하느라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 진리를 찾는 자도 사람이다. 설교하는 자도 사람이요, 그것들 듣거나 이해하는 자도 사람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서 당신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데, 하나님을 그냥 알면 좋으나 사람은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말을 하게 되고, 그 말에 대해서 이해를 가져야 하고, 이해한 것을 규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알게 된 하나님이 하나님일까? 단지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일 뿐이다. 그렇게 이해된 하나님을 진짜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상일 뿐이다. 그 하나님은 실제가 아니므로 절대 만날 수도 없다. 오히려 하나님을 만나려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하나님에 대한 모든 개념을 지워야 한다. 마음을 비워야, 마음이 가난해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하나님을 찾는 것은 인간(자아)이다. 인간과 세상은 하나님의 표상이다. 그 표상이 자신을 있게 하신 본질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밖에서 하나님을 찾으려는 사람은 영영 찾지 못한다. 자기 안에서 찾아야 찾을 수 있는데, 표상 자체는 본질 없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즉 본질과 하나라는 의미이다. 단지 의미를 넘어서 정말 하나이다. 그렇다면 더 찾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하므로써 표상은 본질과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상과 본질은 같지만 속성이 달라서 섞일 수는 없다.
사람이 하나님을 만날 때 공통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나와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생각이나 개념으로 하나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하나되는 경험을 한다. 즉 '나'라는 것이 사라지게 되는 체험이다. 내가 사라지니 세상은 그냥 세상 자체가 된다. 그렇게 드러난 세상은 우리가 언어로 분류했던 개념이 지워지고, 날것의 세상 그대로, 원초적인 세상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즉 한 덩어리의 세상을 겪는 체험을 한 후 나라는 것은 본래 없었고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었구나 알게 된다. 이 체험은 종교를 떠나서 절대자를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체험이다. 이 체험이 아닌 다른 체험은 하나님과의 합일 체험이 아니다.
하지만 이 체험도 현상계 내에서 알게 되는 일종의 표시 같은 것이다. 위에서 말했지만, 인간은 하나님 본체 그 자체를 대면할 수 없다. 둘 사이는 영역이 달라서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하나님과 내가 분리되지 않았고, 서로 다르지 않은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 그런 합일 체험을 하게 하신다. 그 체험을 불교에서는 '깨달음'이라고 하고, 예수님은 '성령으로 거듭남'이라고 한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신비체험이라고도 한다. 다른 종교에서는 그들만의 개념 설명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그런 체험을 한 사람은 진리에 대한 실마리가 풀려서 더 이상 진리를 찾지 않는다. 또한 누군가가 진리와 하나님에 대한 얘기를 해도 제대로 얘기하고 있는지를 분별하는 힘을 가진다. 성경이나 기타 경전을 일어도 쉽게 이해하는 힘도 가진다.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하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사람은 하나님, 즉 진리를 알고자 할 때 누군가의 말이나 글 혹은 설교에 기대어 이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된 진리는 진리 체험이 없는 자에게는 한낱 이미지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 물음이 다시 나온다. 진리는 언어로 표현될 수 있을까? 성경을 비롯해서 수 많은 경전이 있고, 설교가 있고, 책이 있고, 말들이 있다. 거의 다 진리를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결과물이다. 언어로 표현된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그것이 가리키는 것 또한 한정적인 것이므로 진리가 아니다. 예를들어, 우리가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가리키는 것이 진짜 하나님일 수는 없다. 하나님은 존재할 뿐이지 가리켜질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가리켜지는 존재라면 절대자가 될 수 없다.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진리는 단지 체험될 뿐이다. 하지만 진리 자체의 체험이라기 보다는 진리임을 알게 해 주는 체험 정도이다. 진리가 표상한 인간이 그 본체인 진리를 체험하는 것이니, 표상 안에서 또 다른 표상을 아는 것일 게다. 참 어렵다. 그냥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써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