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칭의와 성화에 대한 글을 잠깐 읽어 보았다. 모두 성경 구절을 들먹이며 자기 주장이 맞다고 한다. 당연히 자기 주장과 다르면 이단이 된다. 서로 비판하고 헐뜯고 그런다. 물론 그들이 내 글을 읽으면 당연히 이단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저들도 스스로 이단이 되는 것이다. 나와 그들 사이를 갈라 놓았으니 서로가 이단이 된다.
모두 하나같이 성경의 글을 두고서 이런저런 해석을 한다. 예수님이 이렇게 말했다느니, 바울이 이렇게 말했다느니, 칼빈이나 루터가 이렇게 말했다며 그 해석을 두고서 싸운다. 사과 맛을 아는데 그냥 한 입 베어먹으면 알지, 그걸 꼭 누군가 말한 사과맛의 기록을 보고 해석하나?
사람들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그 실체를 모르니 하나같이 원조격 되는 사람의 글을 보고서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실체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글이나 말은 실체를 담지 못한다. 어느 정도 설명은 될 수 있으나 경험되지 않은 죽은 언어로는 제대로 전달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2천년이 지나도 여전히 싸우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구원(거듭남)은 명확한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자신이 칭의를 입었는지, 성화를 입었는지 구분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어리둥절해하며 사는 게 아니다. 거듭나는 순간 자신이 명확하게 인지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이 자리한다면 거듭난 게 아니다.
자신이 구원받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구원받았습니까?'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그는 죽을 때 천국에 간다고 생각한다.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성화를 입었습니까?'라고 말한다면 대부분 반신반의 할 것이다. 무엇이 성화(거룩함)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성화되지 않으면 천국에 못 가는가? 성화된 것은 어떻게 알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모두 말문이 막힐 것이다. 결국 한다는 말이, 죽을 때 신앙이 변함없으면 천국에 갈 거라는 거 안다, 이런 정도일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천국에 갈 거라고 생각하고 살면 죽어서 천국에 갈까?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 판단은 중요하지 않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결국 내 상태는 하나님이 결정할텐데 하나님의 생각은 어떻게 알까? 답이 안 나온다. 왜냐하면 모두 생각에 기초한 질문이고, 가정에 기초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어느 것 하나 명확하지 않다. 구원은 이렇게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냥 사과를 깨물어 먹으면 된다. 사과 맛은 입 안에서 느낄 수 있지, 글이나 생각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고 말하며 성경구절을 들먹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록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해석만 다양하다. 이런 구절이 있으면 저런 구절도 있다. 어떤 구절에 더 주장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단이 된다. 웃기지 않은가? 성경은 문자이다. 사과맛에 대한 기록이지 사과맛 자체가 아니다. 사과를 찾아서 깨물어 먹어라. 그러면 모든 논란이 종식된다.
《새 명상의 씨》, 토마스 머튼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