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에서 큰 불이 나서 수백 채의 상가가 타버렸다. 예전에도 한번씩 불이 났었지만 이번 불만큼은 아니었다. 실시간 동영상을 보니 상인들의 울분이 하늘을 찌를 형국이다. 오늘 오후 1시 쯤 박근혜가 다녀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10분 정도 머물렀을 뿐 상인들 어느 누구도 만나 대화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일부 사람들과만 잠깐 만나 상황을 들은 후 떠나버렸다.
서문시장 영상을 보니 2년 전 생각이 났다. 봄에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동산병원에서 임시 수술을 하고 9월에 상당히 악화되어 병원에서 몇 주 입원하셨다가 돌아가셨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나는 24시간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아버지 곁에 있었다.
동산병원은 서문시장과 큰 길을 마주보고 있다. 병원 정문 앞이 바로 서문시장이어서 시장과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나는 병원을 나와서 서문시장 안으로 들어가 먹을 거리를 사와서 병실에서 엄마와 함께 먹곤 했다. 거의 매일 서문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장 내부가 훤한데 오늘 동영상으로 시장 내부를 보니 내가 뛰어다녔던 모든 곳이 그대로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 타버린 건물도 기억에 생생하다.
시장에서 상품을 파는 상인들은 거의 다 임대해서 물건을 팔텐데, 없는 형편에 물건을 모두 날려버렸으니 그 상심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국가에서 잘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 대부분 보험도 안 들었다고 들었다.
상인들은 상인들 대로 고통이고, 나는 나대로 옛 기억으로 마음이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