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하나님이 영감을 불어넣어 오류가 전혀 없는 그 말씀을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성서는 오류가 하나도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필사자들이 베낀 말씀이 아닌가? 부분적으로는 정확하게 배꼇을 것이고, 부분적으로는(오히려 더 많이) 부정확하게 배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본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자필 원고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원본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오류투성이의 사본들일 뿐이다. 더군다나 대다수의 사본들은 시간적으로 원본문보다 수 세기나 후대의 것들이고,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성경 왜곡의 역사》p.31, 바트 어만
《성경 왜곡의 역사》는 오래 전에 일독을 했었다. 그때 무척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이 책이 보여서 다시 대출했다. 저자인 바트 어만은 어릴 때부터 성경무오설을 교육받았고, 신학교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면서 성경 본문을 더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성경무오설에 대해서 심히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이 나온 것은 그러한 과정을 구체적인 사실 관계로써 엮은 것이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성경은 전혀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여진 말씀으로 알았다. 내가 안 것이 아니라 그렇게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로는 더 이상 그것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 없다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이 세상에서 절대적이거나 완벽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있을 수 없다. 성경의 글이 오류가 없다는 것 또한 주장은 할 수 있으나 그것이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성경의 저자가 성령에 의해서 영감을 받을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오류로 글을 쓸 수 있는 전제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미 원문도 없이 수 많은 변개를 거쳐서 지금의 성경이 된 책을 여태 오류가 없다고 주장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그 많던 고대 책들 중에서 단지 27권만을 선별해서 그것만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넌센스이다. 알려진바로는 복음서만도 50여 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복음서는 4종류 밖에 안 된다. 그것을 누가 선택했는가? 하나님의 완벽한 말씀인 성경을 사람이 마음대로 규정할 수 있는가? 전통을 따르더라도 맹목적인 추종은 오히려 독이 된다.
성경을 무오하다며 섬길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하나님과 예수님의 복음을 알면 된다. 그것만으로 성경의 역할은 다 하는 것이다.
그의 책 다음 페이지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그리고 학기말에는 한 구절을 선택해 주석하는 학기말 논문을 써야 했다.
나는 마가복음 2장에서 한 구절을 선택했다. 예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받을 가나가면서 낟알을 따먹은 일로 예수가 바리새인들과 논쟁하는 단락이었다. 예수는 바리새인들에게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가리치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다윗 왕이 굶주렸을 때 부하들이 함께 행했던 일, 즉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 그들이 성전에 들어가 제사장들만 먹을 수 있는 제단 빵을 먹었던 사실을 그들이게 상기시켜준다.
이 구절의 잘 알려진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다. 예수가 여기서 인용하고 있는 구약성서의 말씀(사무엘상 21:1~6)을 보면, 다윗이 이 일을 행한 때의 대제사장은 아비아달이 아니라 사실은 아비아달의 아버지인 아히멜렉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단락은 성서가 문자적으로 무오하지 않으며, 실수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절들 가운데 하나이다.
스토리 교수에게 제출한 학기말 논문에서 나는, 비록 마가가 이 사건을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 일어났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 아비아달이 대제사장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아비이달이 주인공 중 하나인 성서 본문 속에서 일어난 것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매우 길고 복잡한 주장을 전개했다. 관련된 그리스어 단어의 의미를 근거로 대단히 복잡한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토리 교수가 내 주장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굳게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는 틀림없이 나와 마찬가지로 성서에 오류 따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훌륭한 기독교인 학자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토리 교수는 내 논문 말미에 간단한 한 줄 평을 써놓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한 마디는 나를 정통에서 꿰뚫고 지나갔다. 그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마가가 그냥 실수한 것이겠지." 이 학기말 논문에 기울인 그 많은 수고를 곰곰이 되새기면서, 나는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본문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상력을 펴고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는 동시에 주석 작업을 철저히 했어야 했다는 것을. 또한 내가 제시한 해결책을 사실 견강부회였다는 사실도 함께 인정했다. 나는 마침내 이렇게 결혼을 내렸다. "음… 그래. 아마 마가가 실수를 한 게 맞을 거야."
- 《성경 왜곡의 역사》p.34~35, 바트 어만
성경의 저자인 마가가 실수한 것이거나 필사자가 바꿔치기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도 마가가 실수한 것이 맞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