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용닷컴 - 삶의노트

Home | 로그인

삶의노트(2019년~오늘) | 삶의노트(2016년~2018년) | 삶의노트(2015년) | 삶의노트(2000~2011년)

삶의노트 (2019년~오늘)

삶의노트 (2016년~2018년)

삶의노트 (2015년)

삶의노트 (2000~2011년)

내가 좋아하는 음악

	홈 > 삶의노트 > 삶의노트

『삶의노트』는 저의 소박한 일상의 기록 입니다!

[필수] (선택) (선택)

년월일

한단어:

검색된 글 1,802개 입니다!

■ ◀ [191]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 ▶ ■

2018년 04월 11일 [보기]

청소년들(여학생)이 교복을 입고 홍x표에게 "왜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안 주시나요?"라고 말하자, 홍씨는 "참~ 좌파들은 저런 것들 잘 해"라고 비웃듯이 말하고는 사라진다. 이념의 노예된 자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찌질하게 저런 자가 공당의 대표라니 ...... 아마도 내가 홍씨를 욕하지 않는 날이 도(道)를 얻는 날이 될 것이다. 중도의 자리에서는 홍씨나 죽은 고목이나 똑같이 보일테니 욕할 필요도 없다. 아직은 저자의 행태를 보면 속이 불편하다.

2018년 04월 10일 [보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편을 봤다. 첫장면에서 손예진이 사귀던 남자한테 차인다. 남자는 무미건조한 관계가 싫어서 헤어지는 것이라 말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어린 여자와 양다리를 걸쳤던 것이다. 손예진은 남자보는 눈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몇 명의 남자를 만났지만 모두 헤어졌다. 30대의 손예진.

30대의 나는 어떠했나? 손예진과 비슷했다. 20대에는 연애 한번 못 해봤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 여자를 좋아하다가 고백을 했는데 그녀에게 심한 모욕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정리를 빨리 하지 못한 탓에 나를 진정으로 아끼는 여자를 보내버린 일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서 나를 떠나 보내던 날 나에게 한 다발의 편지와 노트를 보내왔다. 나에게 보내지 못했던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들, 그것들을 읽으면서 나는 마음으로 많이 울었다. 세월이 흐르면 나는 그녀를 떠나 보냈던 것에 대해서 분명 후회를 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여자보는 눈이 없는 나의 한계였다.

30대에 몇 번 여자를 만났지만, 여전히 여자보는 눈이 없어서 모두 헤어졌다. 30대 중반까지 몇 번 그렇게 헤어지니 결혼할 생각을 버리게 되더라. 지금 나는 결혼하지 않은 것이 너무 좋다. 결혼한 가장으로서 받는 무게와 구속에서 상당히 멀어져 있다고나 할까. 나는 무척 자유롭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 자유를 유지하며 살 것 같다.

30대 초에 유일하게 '이 여자와는 결혼을 하겠구나' 했던 여자가 있었다. 정말 좋아했는데, 서로 결혼해서 잘 살아보자 얘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 헤어지자고 하더라. 그날 데이트를 마치고 자동차 앞 좌석에 앉아 조심히 가라고 인사를 하는데 할 말이 있단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정말 힘겹게 힘겹게 '우리 헤어져요!' 라고 한마디 내뱉더라. 그 한 마디를 얼마나 망설이며 어렵게 말하던지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안스러워 위로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헤어지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내가 싫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한 갑작스러운 환경과 그것으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를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날 그녀가 헤어지자고 말할 때, 그녀는 이미 마음으로 결정한 것이구나 하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이해했기에 그날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에 그녀의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살짝 닦아주고 뺨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걱정되어 아파트 창문으로 내다보니 그녀는 한참 그 자리를 지키다가 차를 몰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갔다. 우리의 이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 당시 나는 운전을 할 줄 몰라서 그녀가 나를 태우고 다녔다. 운전면허증은 그 다음해 발급 받았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서 일주일 넘도록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녀의 가까운 친척은 그녀의 그런 소식을 들려주며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나를 안심시켰지만 나는 이미 안 돌아올 것을 알았다. 헤어지는 날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녀와 결혼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 삶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자기 삶을 선택했고, 나도 내 삶을 선택했다. 그녀를 많이 좋아했지만 그녀와 결혼하지 않은 것은 서로에게 다행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볼 때 그때 결정은 서로에게 옳았다고 생각된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원하는 삶을 만들며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며 잘 살고 있다. 그녀와의 만남은 기뻤지만 헤어짐도 후회가 없다. 남녀가 결혼해서도 서로의 삶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남남으로 헤어져도 서로의 삶은 존중되어야 한다. 나는 그녀가 꼭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야 나와 헤어진 것이 헛되지 않을 테니까.

2018년 04월 10일 [보기]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류)은 누구인가?

1. 구약성경 창세기 1-3장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최초의 인간은 지금부터 6천 년~1만 년 전 사이에 초자연적 방식으로, 흙으로 만들어진 아담이다. 이것이 대다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창조의 사건이다.

2-1. 반면, 과학과 고고학의 발견에 따르면(곧 진화적 증거에 따르면) 인류는 지금부터 약 600만 년 전에 존재했던 마지막 공통 조상을 침팬지와 공유한다.

2-2. 또한 약 10만 년 전에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출현했다고 본다.

2-3. 나아가 인류의 DNA 염기 서열의 차이를 분석해본 결과 인류는 단일 조상이 아닌 약 1만 여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유래했다.

3. 이처럼 성경의 문자적 해석과 과학 및 고고학의 증거 사이의 불일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성경의 증언을 신화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기존의 기독교 신자들조차) 신앙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히 그리스도인 지성인 혹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심하다.

4. 성경의 문자적 증언과 과학 및 고고학의 주장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에 대해 기독교 안에는 크게 4가지 입장이 나타난다.

첫째, (진화의 증거에 비춰볼 때) 역사적 아담은 실존하지 않았다(예.데니스. O. 라뮈르)
둘째, 아주 오랜 옛날, 많은 수의 인류가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했으며, 역사 아담은 그중 하나님에 의해 특별히 선택되어 인류를 대표하는 원형적 지위를 부여받았다(존. H. 월튼)
셋째, 지구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역사적 아담은 창세기에 기록된 문자적 방식으로 창조된 실존 인물이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적 아담이 당시에 존재했던 유일한 인물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는 최초에 존재했던 인류로 구성된 족장의 부족장이었을 수도 있다(C. 존 콜린스).
넷째, 지구는 지금부터 6천 년~1만 년 전 사이에 창죄되었으며, 최초의 인간은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초자연적 방식으로 창조되었다(젊은지구창조론).

5.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의 입장
- 현생 인류 이전에 고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50만 년 전까지 거슬러올라감), 호모 에렉투스(18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200만 년 전)등이 존재했지만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호모 디비누스(신적 인간)는 아니었다.
역사적 아담은 고대 인류들과는 구별된 최초의 호모 디비누스였으며, 아담의 출현은 1) 고대 인류들에게서 나왔을 수도 있고 2) 초자연적 방식으로 창조되었을 수도 있다.

6. 존 월튼의 입장(원형적 창조론)

1)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다. 따라서 (현대)과학의 기준으로 성경을 읽어서는 안 된다(창조과학의 오류는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이다).

2) 성경은 기본적으로 고대 근동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고대 문서다. 따라서 성경에는 고대 근동 지역의 세계관이 전제되어 있다.

3) 고대 근동 사람들은 창조의 개념을 물질의 기원이란 측면에서 바라보는 대신, 질서, 기능, 역할의 부여라는 측면에서 이해했다.

3) (이렇게 볼 때)창세기 1장의 신학적 메시지는,하나님께서 온 우주를 우주적 성소(성전)로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4) 인간은 우주적 성전을 지키고 보존하는 제사장으로 창조되었다.

5) 하나님 형상 개념은 하나님을 대리하는 자라는 사명 혹은 역할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6) 인간 창조 이전에(즉 인간이 타락하기 이전에) 이미 우주 안에는 죽음과 소멸, 격변과 파괴 현상이 존재했다. 이는 죄의 결과가 아닌 우주적 무질서의 결과였다.

7)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인간은 많은 수의 인류를 가리킨다.즉 최초에 복수의 인류가 존재했다.

8)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는 최초의 많은 수의 인간들로부터 특별히 선발되어 에덴동산으로 옮겨져 테스트를 받은 역사적 인물이다.

9) 따라서 역사적 아담은 원형적 존재로서, 구약 이스라엘과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과 사명을) 예표하는 존재다.

10) 역사적 아담의 타락 이전에도 우주에는 죽음과 소멸이라는 무질서가 존재했지만, 아담의 타락 이후 피조물이 스스로 우주의 중심이 되어 하나님의 생명으로부터 멀어진 비질서라는 현상이 도입되었다.

11) 새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첫 아담이 초래한 우주적 비질서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신적 생명으로 인류를 돌이키는 구원자시다.

7. 책의 말미에서 월튼은 창세기의 문자적 해석이 오늘날 많은 수의 지성인들과 젊은이들을 교회 밖으로 내쫒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고대 근동 문서 및 구약신학의 탁월한 전문가로서 자신이 창세기를 엄밀하게 해석해 볼 때 굳이 기독교 신앙이 현대 과학의 입장과 척을 짊으로써 사람들을 빼앗길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8. 과연 창세기에 나오는 최초 인류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오늘날 국제 복음주의 학계의 많은 학자들이 이전의 문자적 해석에서 돌아서서 월튼과 같은 입장을 선택하는 것일까?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 개신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결국 판단은 독자들 자신의 몫이다.

- 김요한 목사 (새물결플러스 대표)

[방문하기]

새물결플러스 대표 김요한 목사님이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의 여러 주장을 잘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내가 근본주의 신앙관과 젊은창조론을 갖고 있을 때에는 성경의 모든 것을 문자적으로 해석했었다. 그렇게 해야만 신앙이 지켜진다고 생각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다보니 지구의 역사가 6000여년이라고 생각했고 아담과 하와도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과학 서적을 많이 읽다보니 그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화론적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지금은 예전의 신앙관을 모두 버렸다. 너무 터무니 없이 내가 믿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사고는 무척 자유롭다. 개념과 실재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고, 관념적인 것으로 굳이 논쟁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창세기의 이야기가 실재라는 근거는 우주 역사가 끝나도 확인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진리를 이해하는데 사용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창세기의 이야기는 상징과 기호로 탄생되었다. 그것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만약 그것을 밝혀내기 위해서 인생을 건다면 좀 허무하지 않을까.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하여 연관성은 찾아낼 수 있겠지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지창조의 진실여부는 가려낼 수 없다. 다만 이론과 추측만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04월 10일 [보기]

내가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거의 모든 기독교인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A를 생각하지 않으면 A는 존재하는가? 대부분 존재하지 않거나 모른다고 말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존재하는가?

만약 <내가 하나님을 생각한다>면 그 생각에 의한 하나님은 더 이상 하나님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하나님이 아니다. 왜냐하면 둘 다 하나님은 그 안에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우상이다.

하나님과 야훼(יהוה, YHWH)라는 이름은 동일한가? 모세가 시내산에서 떨기나무에 타는 불꽃을 보고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는데, 모세는 목소리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그 목소리는 "나는 있는 나다. I am who I am."라고 말한다. 그것을 히브리어로 야훼가 된다. 이스라엘인은 야훼를 신성시해서 함부로 입밖에 내지도 않는다. 그들은 야훼를 하나님 자체로 생각하는 것일까? 하나님은 야훼가 아니다. 야훼는 단지 이름, 즉 기호에 불과하다. 하나님을 야훼와 동일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상이 되어 버린다. 하나님은 어떤 이름도 가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은 표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나님에게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 내가 사용하는 '하나님'이라는 이 단어도 임의로 부여된 기호인 것이다.

하나님은 생각이나 기호 혹은 다른 이름으로 대신할 수 없다. 하나님을 대상화하거나 어떤 이름을 사용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하나님이 아니게 된다. 즉 우상이 되어 버린다. 하나님을 만나려면 존재 자체를 경험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상 숭배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하나님을 대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대상화시켜서 그 우상을 하나님으로 만든 후 대화하고 요구하고 기도한다. 본인들은 자신이 대상화된 하나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나도 이전에는 몰랐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고, 주변 모든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런 존재가 하나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대상화했던 그 존재는 하나님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하나님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창조주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독교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발끈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은 대상화되고 우상화된 하나님을 말한다. 진정한 존재로서의 하나님은 늘 존재한다. 단지 그 진정한 하나님을 종교인들이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다.

2018년 04월 09일 [보기]

JTBC에서 매주 하고 있는 <비긴 어게인>을 우연히 알게되어 시즌1부터 보고 있다. 윤도현, 유희열, 이소라, 노홍철 이렇게 4명이 유럽 도시를 다니며 버스킹을 한다. 시즌1 제9회를 보고 있는데 스위스 몽트뢰 레만 호스가에서 공연을 한다. 유희열과 이소라가 <그대안의 블루>를 듀엣으로 노래한다. 유희열 목소리는 오랫만에 듣는다. 이제는 가수의 티를 많이 벗은 자연인(?)스러운 면이 있어서 정겨웠다.

유희열은 그가 20대 토이 시절 내가 직접 만난 적이 있다. 1997년 가을로 기억하는데, 그때 우리 회사에서 인터넷 음악방송을 진행했었다. 나는 녹음을 위해서 서울 음악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초대 가수로 왔고 나는 담당 제작자로서 자리를 같이 했다.

당일 나는 대전에서 급하게 시외 버스를 타고 강남버스터미널에 내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선릉역까지 갔다. 약속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얼마나 급하게 서둘렀던지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겨우 시간에 맞추어 스튜디오 건물에 도착해서 2층으로 뛰어 올랐다. 계단을 올라서 2층 입구까지 뛰어 올랐는데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가 느껴졌다. 고개를 드니 어두운 색 바바리 코트를 입은 두 사람이 입구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내가 후다닥 올라오니 둘이서 얘기하다가 놀랬는지 살짝 나를 내려다 봤다. 나는 속으로 초대손님으로 오신 가수인가 생각하면서 그들 앞을 스쳐쳐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DJ는 가수 양진석씨가 맡았다. 그는 이미 와서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양진석씨를 양선생님이라고 호칭했다. 그와는 매주 한번씩 그렇게 만나서 인터넷 방송 녹화를 했고, 그는 매주 가수 한 사람을 초대해서 대화를 나누면서 노래를 틀어주었다. 유희열은 그렇게 방문한 가수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 당시 김장훈 외 여러 유명한 가수들도 초대손님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담당자로서 그들과 인사하고 진행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남들은 쉽게 만나지 못하는 가수들을 나는 면전에서 매주 만나 인사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말이다.

잠시 뒤에 입구에서 봤던 두 사람이 들어왔다. 양진석씨가 유희열을 나에게 인사시켜줬다. 다른 한 사람은 그의 매니저였다. 미소담긴 목례로 인사를 하고 바로 녹화에 들어갔다. 사실 그 당시 나는 유희열을 잘 몰랐다. 회사에서 인터넷 음악방송을 시작하고 가수들을 초대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충분히 조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엔지니어 출신인데다 갑작스럽게 음악 방송 제작을 맡게 되었었다. 그날 초대손님으로 올 때에도 미리 연락을 받지 못해서 사전에 누가 오는지도 모른 상태였다. 초대가수는 양진석씨가 책임지고 모셔오는 것이라 굳이 내가 알 필요는 없었고 당일 만나서 진행해도 문제가 없었다. 방송진행은 양진석씨와 담당 작가가 모두 준비를 했기 때문에 나는 기술적 문제와 방송녹음, 그밖의 여러 지원만 잘 하면 되었다.

유희열에 대한 첫 이미지는 지금과는 달리 무척 신비로웠다. 긴 머리칼에 정장 차림이었고 지금처럼 날씬한 몸매의 적당한 키, 차분한 말투 등 안개 속에서 막 등장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약 1시간 넘게 녹화를 마치고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사인도 하나 받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밤에 대전으로 내려와서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아직까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몇 주 지나자 TV 음악 프로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후 그는 점점 유명세를 타면서 몇 년 되지 않아서 탑 클래스에 올라섰다.

그 후 가끔 그의 노래를 듣긴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TV를 보지 않아서 그의 노래를 못 들었다. 목소리도 거의 잊었는데 오늘 버스킹에서 노래하는 것을 들으니 정겨웠다. 지금은 가수보다 프로듀서로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희열이나 나나 모두 세월 속에서 늙어간다. 우리 모두 무르익은 청년이거나 살짜기 중년이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60세까지 청년으로 쳐주든데 나이를 잊고 지내니 청년인지 중년인지 모르겠다.

스위스 레만 호수는 나한테도 남다른 추억이 있다. 2001년 5월에 혼자 유럽배낭여행을 가서 제네바에 이르렀을 때 그날 하루 특별히 좋은 호텔에 하루 묵으면서 온 종일 레만 호수를 거닐며 휴식을 가졌었다. 그 전에 매일같이 너무 무리하게 배낭을 매고 걸어서 제네바에 도착하면 꿈같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다. 제네바에 도착 후 어렵게 특급 호텔을 잡고 바로 거리로 나와서 레드 와인을 한 병 사서 호수가를 걸었다. 분위기는 그들이 버스킹 하는 호수가와 비슷했다. 나는 벤치에 앉아서 병째로 와인을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너무 평온했다. 버스킹을 보고 있자니 같은 레만 호수, 같은 분위기, 같은 사람들 ... 모든 것이 다 비슷해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다. 밤 늦게까지 호수를 거닐다가 피곤하면 잠시 벤치에 앉아서 호수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생각에 잠겼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를 제일 많이 생각한 듯하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데 아주 멋진 아가씨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내 앞을 달려 지나갔다. 그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결같이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냥 달리면 참 심심할텐데 음악을 들으며 달리면 재미가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나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오랫동안 밤마다 카이스트를 달렸던 적이 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 당시 음악 들으면서 운동한다는 생각은 잘 못했다. 의외로 레만 호수에서 그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 ◀ [191]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