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라떼 한 잔 들고 홈플러스 야외 탁자에 앉았다. 아침부터 비는 하염없이 내린다. 집에 있기 나른해서 간단한 식품 몇 개 사려고 홈플러스에 왔다. 점심 때여서 어묵우동 한 그릇 먹고 필요한 것들 몇 개 구입했다. 바로 집으로 가려다가 탁자에 앉아서 비 구경을 했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입구로 들어가서 던킨도넛 매점에서 도넛 하나와 커피를 사들고 다시 탁자에 앉았다. 커피는 정말 오랫만에 마신다. 비와 잘 어울린다.
물꾸러미 눈 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바라본다. 차들이 휙휙 지나간다. 지나갈 때마다 아스팔트는 하얀 물안개를 일으킨다. 사람들이 내 앞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고인 물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모양도 쉼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뺨에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도 느껴졌다가 사라진다. 모든 것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만 한다. 변화만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마음이 참 평화롭다. 생각은 잔잔한 호수처럼 수면 아래 잠들고, 감각은 드러나는 세상 그대로 흘려보낸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은 그 자체로 온전하다. 빗방울이 꼭 떨어져야 할 장소에 떨어지듯이 세상은 하나님 뜻 안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시간을 보니 벌써 한 시간 넘게 홀로 탁자에 앉아서 비 구경을 하고 있다. 집에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