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는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실체가 없는 무엇이다. 삶은 자아가 살아간다. 생각하고, 느끼고, 감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자아가 이끈다. 그래서인지 마음은 자아가 나의 주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도 자아이다. 하나님을 사모하는 것도 자아이다. 종교적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도 자아이다. 찬양하고 전도하고 선교하는 이도 자아이다. 자아는 참 많은 활동을 한다.
자아는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다. 하늘로도 찾고, 땅으로도 찾고, 이웃에게도 찾고, 자기 속에서도 찾는다. 자아는 하나님이 자신과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간절히 찾으면 언젠가는 발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은 발견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을 발견하려면 내가 아주 열심히 간절하게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된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자아가 하나님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발견하려는 모든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 마침 지금 창밖에 새소리가 들린다. 새소리를 들을려면 지금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면 된다. 새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를 듣지 않고 다른 곳으로 새소리를 찾아나선다면, 나는 지금 들려오는 저 새소리는 영원히 듣지 못한다. 하나님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지금 온 천지에 가득 임재해 계신다. 어느 것 하나 하나님이 없이 계시는 것이 없다. 그냥 하나님을 느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하나님을 못 느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나님을 매순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인 줄 모른다.
자아는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으로 산다. 생명이 없다면 몸도 죽고, 자아도 살아남지 못한다. 자연이 하나님을 그대로 드러내듯이, 자아도 하나님의 표현이다. 그 표현(자아)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하나님을 찾는다. 즉 하나님이 하나님을 찾는다. 자아는 자신을 있게 하신 존재가 하나님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는 순간 자아는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 되려고 한다. 자신이 주인이 되려는 한 하나님은 찾을 수 없다.
하나님이 하나님을 찾게 하려면 자아가 죽는 수밖에 없다. 자아가 죽으면 하나님(성령)이 살아난다. 그러면 온 천지가 하나님으로 가득 찬다. 결국 찾을 하나님이 없게 된다. 다만 존재하면 그 뿐이다.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존재하는 자(야훼)'라고 말씀하셨다. 자아가 현상이고, 연기이고, 구름같은 것이라면, 하나님은 존재 그 자체이시다.
지금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비친다. 하나님의 현존이 빛을 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