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밖에서 혼자 밥 사먹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다. 오후에 운동을 하고 점심 겸 저녁으로 홈플러스에 들러서 오랜만에 돈까스를 사먹었다. 식당이 아니라 마트 한가운데 설치된 분식점인데 사람들이 사방에 많이 다니는데도 태연히 앉아서 먹었다. 오히려 장보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돈까스 고기 씹는 재미도 솔솔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식당이나 야외에서 잘 사먹지 못했다. 늘 포장해서 집에 와서 먹곤 했다. 어느 날부터 아무 생각없이 배가 고프면 식당이나 포장마차에서 사먹기 시작했다. 남의 시선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남의 시선이 신경쓰이는 딱 한 곳은 있다. 늘 가는 마트가 있는데 몇 년째 혼자서 장을 보다보니 계산대에 있는 아주머니들이 나를 안다. 내가 무엇을 주로 사는지를 꿰뚫고 있을 것이다. 다 큰 어른이 혼자 와서 장을 보고 가는 모습이 어떠한지 사실 조금 신경쓰이긴 하다. 한번씩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애써 무시하면서 장을 본다.
혼자 사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지려 한다. 지금까지 쭉 혼자 살았지만 사실 제대로 홀로서기를 한 것은 아닌 듯하다. 성실하게 혼자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실하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보존해야 함에도 나는 나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 음식도 잘 못하고, 운동도 잘 안 했고, 늘 잔병에 시달리기도 했고, 나 살고 싶은 대로 살았다. 이제 나이를 먹고 나니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루하루를 감사하고 보람되게 살아야 한다. 의무적으로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런 삶이 되게끔 해야 한다. 다행히 예전 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내가 살아가면서 굳이 더 충족시키고 싶은 것은 없으니까. 그냥 삶 자체가 만족스럽다. 욕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무척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