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삶의노트 (2016년~오늘)
삶의노트 (2015년)
삶의노트 (2000~2011년)
--
> 삶의노트 > 삶의노트
2018년 01월 04일

요즘 날씨는 겨울치고 온도가 많이 낮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몸은 추위를 많이 탔다. 외출을 할 때면 늘 따뜻하게 옷을 껴입고 모자를 쓰고 나간다. 오늘은 유성 5일장이다. 된장을 사기 위해서 천천히 하천을 따라 유성장으로 걸어갔다.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새로 발간된 찬송가가 필요하단다. 악보없이 가사만 큼지막하게 있는 새찬송가를 필요로 했다. 현재 가지고 계신 찬송가는 옛날 찬송가여서 페이지가 맞지 않으신단다. 그리고 물먹는 하마도 몇 개 필요하단다. 사서 보내드리겠다고 말하고서 끊었다.

유성장에 거의 다다랐는데 어쩐지 시장이 한적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싶었다. 시장 안쪽에서 물먹는 하마를 세 개짜리 한 다발을 사고, 내가 늘 찾던 잔치국수집에 들렀다. 그런데 국수가 하나도 없었다. 이런~! 그냥 오뎅만 2개 먹고 된장을 사서 시장을 빠져 나왔다.

유성에 기독교 서점이 하나 있는데 자리를 옮겨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114에 전화를 해서 번호를 안 뒤 전화를 걸었다.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위치를 물으니 유성 지하철역에서 CGV 건물을 지나 100미터 더 아래로 오면 있단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왠지 익숙한 목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그때 그 숙녀분이 아직도 운영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1997년에 유성 홍인오피스텔 지하에 '기신서점'이라고 기독교백화점이 있었다. 그곳에는 기독교 책과 물품 뿐만 아니라 일반 서적과 전문서적도 판매하고 있어서 몇 년 동안 내가 많이 이용했던 서점이었다. 그때 서점 주인 내외분과 20대 후반의 딸 2명과 막내 딸 친구 하나가 서점에서 일했었다. 내가 자주 찾다보니 막내 딸은 내가 책을 살 때마다 대화도 종종 나누곤 했었다. 그녀는 가끔 나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월든>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충남대학교를 졸업했고, 영국에 어학연수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그 후 부모님을 도와서 서점 일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책을 계산하는데 대뜸 내가 퀴즈대회를 나가면 많이 맞출 거 같다고 그녀가 말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내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렇게 느껴진단다. 내가 카이스트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사를 한 후로 그 서점을 찾지 못했다. 가끔 유성을 지나가다가 서점 위치가 한두 번 바뀐 건 알고 있었다.  

서점까지 걸어가는데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한참 걸어 내려가니 CGV가 보이고 저 멀리 서점이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갔다. 서점 문을 들어서니 예전 보다 공간이 더 넓었다. 카운터 방향을 살짝 쳐다보았다. 여자 세 명이 보였다. 한 사람은 그 막내딸 친구분이었다. 그때는 20대 아가씨였는데 지금은 40대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 옆에 숙녀분은 20대 중반 아가씨로 보였다. 그리고 한 여인이 등을 보인 체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찬송가를 찾기 위해서 그 친구분에게 위치를 물어봤는데도 그녀는 나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옛날에는 분명 나를 알고 있었다.  

무곡 새찬송가가 보였다. 안을 살펴보니 글씨가 큼지막하게 보였다. 엄마가 보기에 딱 좋은 찬송가였다. 가격은 17,000원이었다. 생각보다 비쌌다. 그때 30대로 보이는 다른 남자 손님이 그 막내딸과 그녀 친구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막내딸이 아까 전화하신 분이냐고 묻는다. 그는 아니라고, 이번에 두 번째 방문한 거라고 말한다. 내가 전화를 했다고 말할까 하다가 그냥 뒀다.  

카운터에 계산을 하로 갔다. 20대 아가씨가 서 있었고, 마침 그 막내딸은 옆에서 커피를 컵에 따르고 있었다. 내가 계산을 하려하자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나를 보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찬송가를 쳐다보았다. 다음에 또 방문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나가고 싶었다.

갑천을 따라 유성 홈플러스까지 걸었다. 강변의 날씨가 차가웠다. 홈플러스 뒤편에 아파트가 몇 채 있어서 살펴봤다. 넓은 집으로 이사할 생각이 있어서이다. 모두 주상복합 아파트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높은 곳은 싫어해서 이쪽은 포기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아직 없다. 

Copyright ⓒ 2000~Now 김무용(Kim Moo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