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주일학교 성경공부 시간에 담당 선생님에게서 많은 교리를 학습 받았다. 주일학교 교사는 주로 집사나 젊은 청년들이 맡아서 했다. 나도 20살이 넘었을 때 6학년 교사를 잠깐 해보았는데, 아이들을 가리치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둔 적이 있다. 오히려 나는 청년들 모임에서 그룹 스타디를 하는 게 더 맞았다. 그래서 21살 때부터 성경공부 리더를 했었다. 내 고향교회에서는 제1청년부는 24~30대 초반까지, 제2청년부는 20~23살까지였다. 보통 리더는 22~23살때 하는데 나는 내 동기들 보다 먼저 리더를 맡았고, 선배보다 먼저 리더를 해서 시기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게 무슨 벼슬이라고, 전도사님께 자리를 양보한다고 전달하고 노골적으로 시샘하는 선배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었더니 해맑게 웃으면서 그가 리더를 했다. 갑자기 지나간 추억이 떠올라서 …… ^^
어릴 때 주일학교 때에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비유를 이렇게 들었다. 어떤 한 사람이 있다. 그는 '홍길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하지만 집에서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직장에서는 '과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하나님은 한 분이지만 이렇게 다른 세 가지 이름으로 불려지는데 그것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다. 주일학교 선생님은 주로 이렇게 비유를 하셨다. 어릴 때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들었다.
20살이 넘으면서 나는 좀 더 깊이 있는 종교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신학책도 읽고, 변증서 및 철학책까지 마구 읽어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위의 삼위일체 비유는 잘못되었다고. 한 분 하나님으로는 맞지만 삼위는 각각 독립적인 인격과 의지를 가진 세 분 하나님인데, 위 비유는 여전히 한 분 인격만 설명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안 후로는 절대 그 비유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내 인생이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들면서 이전의 삼위일체 교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삼위일체 교리는 진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문자 속에서 찾아낸 하나님을 설명하려다 발생한 교리라는 것을 알았다. 성부 하나님은 절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창조주 하나님은 기록 속에서만 설명될 수 있고, 언어로 말할 수는 있으나 절대 그 본체에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성부 하나님에 대한 모든 기록과 설명은 관념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인간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우리는 성령으로 부른다. 그 성령은 늘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늘 인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거듭나지 못한 사람은 늘 인식되지 않는다. 마치 공기로 숨을 쉬면서 공기를 찾는 경우라고 할까. 어쨌든 성령은 실제로 인간이 늘 접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성부와 달리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고 실재한다는 것도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자(예수 그리스도)는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이 별도의 하나님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을 인간이 아닌 신(神)으로 만들려다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또 하나의 성자 하나님이 필요했던 것이다. 예수님도 나와 당신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그리고 예수님 안에 거하시는 성령 또한 우리 안에 있는 성령과 똑 같은 존재이다. 인간이 접할 수 있는 하나님은 오로지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성령 하나님 밖에 없다.
그렇게 나는 직관적으로 삼위일체는 모순된 교리라는 것을 알았다. 어릴 때 들었던 그 삼위일체 교리가 오히려 더 진리에 가까운 설명이었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셨다. 그리고 온 우주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 안에서도 늘 존재하신다. 인간도 우주의 일부분이니 당연하다. 예수님 안에도 존재하신다. 예수님도 우주의 일부분이니 당연하다. 하나님은 오직 한 분 밖에 없다. 단지 우리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하나님을 성령으로 이름부르고, 예수님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하나님을 그리스도라고 표현할 뿐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우리 자신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창조주 하나님은 개념에 불과하다. 자신 밖에서 하나님을 찾는다는 것은 공상에 불과하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 세상이 실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현상(표상)이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