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트마 간디의 제자들 중 한 사람은 아주 높은 수준까지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역시 신앙심이 있는 사람이었고 자기 자신을 엄격히 규율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삶에서 원하는 것은 진아 깨달음이 전부라는 것을 깨닫자, 그는 자신의 모든 학위증을 찢어서 내버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교육도, 자신의 세간적 지식도, 나기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요. 사실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지식이, 물리쳐야 할 하나의 장애였다는 것을 시사한 것입니다." - 슈리 안나말라이 스와미의 대화 중에서
- 《마음은 없다》p.199, 데이비드 가드먼 저
깨달음에 이를 때 지식은 오히려 장애가 된다. 지식은 깨달음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개념을 완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깨달음의 본질은 글이나 말로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지식은 깨달음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그런 지식을 가진 사람은 헛된 망상을 갖고 깨달음을 상상하기 쉽다. 정말 깨달음에 도달했을 때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체험이 다를 경우 깨달음을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지식을 모두 비우고 있는 그대로 깨달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이미 깨달음을 얻은 스승들은 하나같이 깨달음을 얻기 전에 먼저 지식을 쌓지 말고, 경전도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불교의 승철 스님도 견성하기 전에는 경전을 읽지 못하도록 하셨다고 들었다. 그 외 많은 한국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도 그런 충고를 하고 있다. 내가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상당히 이치에 맞았다. 나도 책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몇 년 동안 책을 참 많이 읽었다. 여러 종교와 깨달음에 대한 이해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해가 생긴 만큼 나도 모르게 깨달음에 대한 상을 만들고 있는 것도 느껴졌다. 다행히 나는 깨닫지 못한 사람의 글과 말은 멀리하고, 진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찾아서 그의 말에 집중했기 때문에 지금은 깨달음에 대한 환상을 모두 버리고 있다.
어느 종교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기독교에서도 성경에 대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교육시킨다. 모든 삶의 지침을 성경에서 찾으려하고, 성경에 없는 내용들은 목사나 전도사 그리고 장로, 집사, 교사, 선배 같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들도 구원에 대한 진정한 체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배우거나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해 준다. 때로는 자신의 영적 체험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그 분들이 갖는 영적 체험은 거듭남과 별반 상관이 없는 것들이어서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영적 체험을 마치 하나님의 특별한 능력으로 생각하여 그런 체험에 매진하도록 독려하는 잘못도 저지르게 된다.
최근 몇 년 기독교의 흐름을 보면 상당히 퇴보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기장, 합동, 통합 등 모든 교단들이 보수화되고, 문자주의에 더 매몰되어 가고, 신율법주의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 모두 성경 말씀에서 특정 구절을 찾아내어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요하며 신자들에게 따를 것을 명령하고 있다. 그런 결정을 하는 총회 구성원들을 보면 모두 목사들이다. 그 목사들은 하나님의 성령은 없고 온통 성경적 지식만 담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없고 율법과 규율과 회초리만 난무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실제적 구원의 체험이 없이 단순히 대속신앙에 대한 믿음과 지식만 가득차니 삶의 기준과 신앙의 기준을 성경의 문자와 지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대에도 뒤떨어진 그런 결정들이 과연 얼마나 먹혀들지 의문이다. 그들이 그럴수록 한국 교회는 점점 해체되고 분해될 것이라는 걸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