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정도 가을 거리를 걸었다. 유성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따라서 나무 그늘 사이로 걷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서 자연을 감상하다가 그렇게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면서 돌아왔다. 제법 가을 느낌이 났다. 그늘에 있으면 덥지가 않았다.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고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의 근원을 느꼈다. 보통 사람들은 소리 자체에 주목하며 감상에 젖어든다. 하지만 나는 소리의 근원을 추적한다. 소리의 내용은 변화무상하고 실체가 없다. 하지만 그 실체없는 다양한 소리가 어디에 근원을 두고 나타나는지 살펴보면 참 신비롭기만 하다. 그 근원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진리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이다.
생각이 멈추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보인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남자, 여자, 노인, 대학생, 할머니, 아이들, 점원, 판매원, 강사 등 수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달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관념이다. 사람을 보면서 모든 관념을 지우고 바라보면 그냥 움직이는 '그것'이 지나간다. '그것'에는 어떠한 이름도 없다. 모든 이가 평등하다. 그 생김새가 어떠한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가 어떤 걸음걸이로 걷든지, 깨끗한 피부인지, 잘 생겼는지,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 아무런 상관없다. 그냥 '그것'으로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