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을 해왔다. 여러 컴퓨터 언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가장 선호하고 많이 사용하는 언어가 C/C++이다. 리눅스에서 작업을 많이 하지만 윈도우 환경에서 비주얼 작품을 만들 때에도 사용하곤 한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니 종종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분석할 때가 많다. 소스가 보이지 않으니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추측을 한다.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는지, 어떤 기법이 동원되었는지, 어떤 자원을 활용했는지 등 알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추측하고 실험하고 밝혀낸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왠만한 것은 다 알아낸다.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나는 이 세상의 현상을 보면서 그 현상의 배경에서 운영하는 존재에 대해서 직감을 동원하여 느끼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덧없는 존재들이다. 순간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라진다. 그것들은 실체가 없다. 하지만 그 실체없는 것들을 이끄는 존재가 있다. 마치 컴퓨터 모니터에 드러나는 여러 장황한 장면들을 보면서 그 배후에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느끼는 것과 흡사하다. 그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진짜 실체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실체를 추적해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