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구 두 명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 보았다. 결과는 두 친구 모두 같았다. 거의 99.99%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왼손에는 스마트폰을 오른손에는 모자를 쥐고 보여 주었다. 그런 후 스마트폰을 모자 아래에 감추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있느냐고 물었다. 스마트폰이 모자 아래에 있다고 답변했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스마트폰이 있느냐고 다시 물으니 여전히 그렇다고 했다. 혹시 스마트폰이 모자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고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다시 물었지만 분명히 모자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질문을 하는 사이 나는 친구 모르게 모자 아래의 스마트폰을 아래로 떨어뜨려서 숨겼다. 이제 스마트폰은 모자 아래에도 없다. 그리고 계속 질문을 했다. 정말 모자 아래에 스마트폰이 있느냐고. 여전히 스마트폰은 분명히 모자 아래에 있다고 했다. 내가 모자를 들자 스마트폰은 보이지 않았다. 그랬더니 한 친구는 놀라면서 모자를 뺐어 이리저리 살펴 보았고, 다른 한 친구는 내가 자신을 속였다고 짜증섞인 소리를 냈다. ㅎ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여전히 스마트폰의 존재가 생각에 의해서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조금 전에 있었던 물체가 어떤 다른 것에 가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물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렸던 다른 물체를 옮겨야 나타난다. 존재론적으로 생각하면 마치 그 물체가 우리의 인식작용과 상관없이 늘 그 자리에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인식론적으로 생각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는 지금 이 순간 시각적으로 없는 것이다. 위 실험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내가 해 본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것은 인식에 의해서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맡고, 입으로 맛을 보고, 몸으로 느끼고, 여러 생각들을 한다. 그렇게 세계는 모두 인식을 통해서 드러난다. 인식되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인식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은 순전히 있을 것이라는 존재론적인 생각인 것이다. 세계는 우리가 접하는 그대로 전부이다.
하지만 인식되지 않을 때 나타나지 않던 그 물체가 어떤 원리로 나중에 다시 나타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양자역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영역은 과학도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