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홈플러스 1층에 있는 서점에 들러서 책 세 권을 골라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려고 다가갔더니 80대 할아버지 한 분이 계속 지갑을 뒤적이고 계셨다. 홈플러스 카드를 찾느라 지갑 속으로 손가락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중이었다. 문득 그 분 앞에 놓여있는 한 권의 책을 보았다.『죽기 전에 꼭 해야 할 88가지 : 나는 지금까지 왜 못하고 살았을까』였다. 순간 생각이 멎고 그 분의 옆모습을 힐긋힐긋 안 들키게 쳐다보았다. 하얀색 서민의 모자를 쓰고 그 아래로 짧은 회색 머리결이 비쳐나왔다. 키는 나보다 한참 작았다. 마른 체격에 허름한 옷을 입고 주름진 얼굴에 피부도 태양으로부터 많이 그을린 듯했다. ‘이 분은 삶과 죽음을 다 생각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그 책의 목차를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았다. 그 분에게는 너무 먼 실행들, 더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할 목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고보니 노인들을 위한 책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칠 전에 둔산동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 서점에 들러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70대로 보이는 남루한 남자 한 분이 내 옆으로 발자국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리고 옆 줄에 엉덩이를 깔고 바닥에 앉아 책을 들쳐보고 있었다. 이 분도 남루한 옷차림에 마른 체격, 구리빛 피부를 한 노인이었다. 분위기를 봐서는 마치 혼자 사는 분 같기도 했다. 무슨 책을 보나 궁금해서 슬쩍 그 옆으로 지나쳐봤다. 주식 관련 책들을 꺼내어 보고 있었다.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음이 짠~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