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입술을 움직여 작게 소리내어 말하기도 하고, 마음 속으로 내면에서만 들리도록 기도를 하기도 한다. 간혹 교회에서 큰 소리로 기도를 하기도 했으나 혼자서 기도할 때에는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기도를 하면 내 밖에서 하나님이 들어주신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듣는 이가 없다면 기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기에 소리내어 기도할 때도, 마음 속으로 기도할 때도 모두 들을 수 있단 말인가? 하여튼 하나님은 무소부재하시기 때문에 내 몸의 안팍을 드나들면서 귀기울여 들어주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하나님은 전체가 아닌 마치 개체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인격적인 존재가 있어서 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관여한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실제로 그런 분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졌다.
기도할 때 누군가가 들어주는 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내 목소리를 들어준다는 것은 나와 분리된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그 존재가 내 안팍을 드나들면서 나에게 관여하신다니 좀 웃기는 얘기이다. 그런 존재가 전 우주까지 함께 통치해야하니 슈퍼맨처럼 엄첨 빠르게 돌아다녀야 할 판이다. 하나님은 그러한 존재가 아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인 존재로 설정할 때부터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기도를 할 때 기도하는 자신에게 깨어있으면 입술에서 나오는 소리 혹은 마음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아는 의식이 마음 안에서 느껴진다. 내가 하는 기도를 내 마음 속에서 동시간적으로 아는 이가 있다. 한번 실험을 해 보면 누구든지 인식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내 밖에서 기도를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도하는 순간 이미 내 안에서 기도를 듣고 계시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도하는 나와 기도를 듣는 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하나이다. 기도를 하게끔 하는 이도 그요, 기도를 듣고 아는 이도 그다. 즉 하나님이 기도를 하고 하나님이 그 기도를 듣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렇게 자신의 창조물과 대화를 나누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