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의식 안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하고 소멸해 간다. 길을 걷는 사람들도, 나무에서 소음을 뿜어내는 매미들도, 날아가는 새들도, 동네를 활보하는 개와 고양이들도, 굴러다니는 돌도, 하늘높이 쏟은 나무들도 모두 의식 안에서 나타난다. 그렇다고 이 몸은 별개인가? 이 몸과 생각도 의식 안에서 나타난다. 의식 안이 아닌 것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색과 모양대로 의식되고, 피부와 맞닿은 것들은 촉감으로 의식되고, 다양한 소리들은 소리 그대로 의식되고, 머리에서 맴도는 생각은 생각 그대로 의식된다.
눈에 보이는 대상과 소리로 들리는 대상은 그 성질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생각과 촉감의 대상도 서로가 다르다. 모든 것들은 그 성질에 따라서 의식의 성격이 달라진다.
의식 안에서 개체를 관찰해 보면 재미있다. 시각적으로 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의식이 된다. 하지만 몸 밖에서 일어나는 대상은 접촉할 수 있는 의식의 수단을 제외하고서는 알 수가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은 볼 수 있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알 수 없다. 옆에 있는 꽃 향기는 맡을 수 있지만, 그 꽃을 보지 않고서는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든 대상들은 내 의식 안에서 펼쳐진다. 한 의식 안에서 개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내 몸 밖에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몸과 생각과 느낌 등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말 생각이다. 착각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익숙해서 착각인 줄을 모른다.
의식은 몸을 의존한다. 몸이 없으면 의식도 사라진다. 의식이 사라지면 세상도 사라진다.
의식이 두 개 공존할 수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내 의식과 다른 이의 의식이 함께 나타나지는 않는다. 오직 하나의 의식만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나이다. 눈 앞의 사람도 의식이 있다는 것은 생각이다. 내게 의식이 있음을 알듯이, 그도 의식이 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눈 앞의 그 사람이 실제로 의식을 가졌는지는 내가 경험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의식은 내 의식 안에서 경험되지 않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이 다른 물건을 잡으면 그 물건의 접촉을 느낀다. 만약 내가 내 손을 잘라버리고, 잘린 그 손으로 다시 앞의 물건을 집으면 그 물건의 접촉을 느낄 수 있을까? 실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못 느낄 것이다. 잘린 손은 더 이상 한 몸이 아니다. 그 손은 개체로써 분리된 의식이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경험할 수 없다. 왜 그런 걸까?
의식이 세계를 분별하려면 오직 하나여야만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