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아가 죽어야 한다. 자아가 죽지 않으면 아무리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고 성령을 믿어도 거듭나지 못한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거듭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믿느냐하면, 아담의 원죄로 인해서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죄를 안고 살아가는데 예수님께서 우리 원죄를 사하시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대신 죽으셨다는 것을 믿으며, 그런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하나님으로 입으로 시인하면 구원받았음을 확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그러한 믿음과 고백이 바로 거듭남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도 바울의 신학이다. 하지만 그런 믿음과 신앙 고백만으로는 거듭나지 못한다. 실제로 자신에게서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믿음을 갖고 그런 고백을 했음에도 여전히 자아는 살아 있다. 사는 게 힘들고, 돈이 고프고,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고, 가족 때문에 고통받고, 스스로 좌절하고, 슬프고, 기쁘고, 희망찬 하루를 보내다가도 절망하고, 욕심으로 얼굴이 붉어지고, 분노와 미움으로 가슴이 답답하는 등 여전히 자아는 펄펄 끓으며 자신을 지배한다. 물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자아의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거듭나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나는 교회 목사나 장로, 권사, 집사, 교사 등 수 십 년 신앙을 가졌지만 자아의 죽음없이 사는 사람을 여전히 본다. 그들 모두는 스스로 모두 구원을 받았고 거듭났으며 죽으면 하나님 나라에 간다고 확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삶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말 그대로 자아의 천국이다. 어떻게 자아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조차 구분을 못할까? 자아가 죽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 믿음으로 자아가 죽었다고 오판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시키고 전달하니 모두가 그런 상태가 되는 듯했다. 자아가 죽으면 '나'라는 것이 함께 사라진다. 대신 성령이 삶을 살아간다.
예수님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3:2)'라고 하셨고,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한 3:5)'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회개하거나, 성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회개한다는 것은 헬라어 원어로는 의식을 되돌리라는 의미가 있다. '자기 잘못을 반성한다'는 우리말 성경 해석보다 원어의 '의식을 되돌린다'라는 해석이 더 맞는 듯하다.
하지만 예수님은 의식을 어디로 되돌리라는 것인지, 성령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있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아주 일부만 기록되어 있어서 그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거듭나는 방법을 말씀하신 것이 있다. 바로 '깨어있으라'하신 말씀이다. 깨어있다는 것은 잠에서 깨거나 졸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잠 안 자고 늘 깨어있을 수는 없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의미는 의식이 늘 깨어있으라는 것이다. 의식이 늘 깨어있으면 우리 본성에 자리하신 성령이 드러난다. 그때 자아는 의식이 깨어있는 만큼 죽게 되고, 자아의 죽음은 곧 성령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 상태가 바로 하나님 나라에 사는 상태가 된다.
그러한 것은 이론적으로 알 수 없다. 분명한 체험을 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바울의 대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자아의 죽음과 성령의 거듭남을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구원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에 바울의 대속신앙은 정말 쉽고 편하게 구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안타까운 것은 실제로 변화가 없는 구원이라서 그것이 문제이다. 반면에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갖되 어떤 경로로든 자아가 죽는 경우도 있다. 정말 순종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내려놓을 경우, 혹은 기도나 헌신 등으로 자아가 죽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사람에 한해서는 성령으로 거듭나며, 자신이 지금 하나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나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죽어서 하나님 나라에 간다는 종말론에 기대게 된다. 그런 경우 굳이 현재의 삶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냥 신앙생활 적당히 하고 믿음만 지키면 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