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산책을 다녀왔다. 거리를 걷는데 저 멀리까지 곧게 뻗은 길이 보였다. 내 몸이 흔들릴 때마다 세상 전체가 흔들렸다. 내 눈은 드러난 세상 그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눈이 보는 것이 아니다. 눈이 있기 때문에 그냥 눈 속으로 세상이 빨려들어 보여지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것은 의식 그 자체이다. 비록 눈을 도구로 사용하지만 세상은 의식 안에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는 외부의 객관적 세상을 볼 수 없다. 그런 세상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단지 드러나는 세상은 내 의식 안에서만 비쳐지고 있다.
의식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 몸의 변화와 생각의 성숙함을 알지만 정작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그 변하지 않는 의식이 바로 진정한 나 자신인 것이다. 몸과 생각은 주변의 다른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객체에 불과하다. 의식은 그런 몸과 마음을 늘 지켜보며 삶을 만들어 간다. 그 의식은 바로 나이면서 성령의 눈이다. 하나님이 늘 우리를 살피신다는 의미는 바로 그 의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물 속에 그런 의식을 갖고 계신다. 원자 한 알갱이 안에서도 의식이 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세상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랴? 하나님이 우리를 아는 방식이,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을 보면서 지각하는 것처럼 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하나님을 이해하려면 인간적인 것을 벗어버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