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영남 혜주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에 전망이 좋은 가우사 가까이에 조그만 집을 지었다. 거기서 살면서 그 건너편 산에 있는 송풍정에 자주 바람을 쐬러 갔다. 하루는 송풍정에서 석양의 낙조(落照)를 바라보며 시상(詩思)에 잠겼다가 문득 어둡기 전에 건너편 언덕에 있는 내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때 내가 왜 꼭 저쪽으로 가야 하는가 아무 데서나 지내면 어떻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너무도 자유로운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마치 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렸다가 풀려난 것 같다고 하였다. 자기 집에서만 풀려나도 이렇게 자유스러움을 맛보는데 이 지구를 박차고 떠난다면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류영모는 말하였다. "우리가 우주인의 관념을 가지면 어디에 사느냐고 물을 때 우주에 산다고 하면 그뿐이다. 우주 공간에 태어난 것으로 알면 어디에서도 잘 수 있고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적어도 태극천하 그 어디에 갖다놓아도 나는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우주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집 없다 걱정, 방 없다 걱정, 병난다 걱정, 자리 없다 걱정, 그저 걱정하다가 판을 끝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우주 여행자가 되어 훨훨 돌아다닌다고 꼭 우주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불꽃이 문제다. 다시 말하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문제이다." 이처럼 우주인으로 사는 이는 이미 제나(자아)의 의식을 초월하였으므로 사는 데가 좁다 넓다가 있을 수 없고 난 바가 싫다 좋다가 없다.
- 『노자와 다석』, 박영호, p. 551~552
플로티노스의 친구가 플로티노스에게 신전에 같이 가자고 하자 플로티노스는 "하느님이 내게 오시는데 내가 갈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거절하였다. 하느님의 얼(성령)이 내 마음속으로 오는데 사원, 사찰, 교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필요하다면 아직 얼나(성령)을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나 필요할 것이다.
- 『노자와 다석』, 박영호, p. 5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