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연락없이 저 혼자서 무엇을 안다는 것은 각주구검(刻舟求劍)에 지나지 않는다.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조그만 배를 타고 양쯔 강을 건너는데 배 안에서 몸을 돌리다가 지녔던 칼을 강에 떨어뜨렸다. 깜짝 놀란 그는 얼른 작은 칼을 끄집어내어 칼이 떨어진 뱃전에다가 표시를 해두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칼이 떨어진 곳에 표시를 해놓았으니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칼을 찾으면 되겠지."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오늘날의 지식인들이 안다는 지식은 모두 각주구검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는 움직이는데 아무리 원칙(패러다임)을 정해놓은들 오래 가지 못하고 바뀌게 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공간을 아무리 옮겨도, 사람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 값어치는 북극성의 자리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2,500년 전의 노자와 석가의 말이 오늘에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 『노자와 다석』, 박영호, p. 544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지식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분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오는 지식도, 세상 사람들로부터 오는 지식도 모두 마음 작용에 의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하나님과 한번은 통하는 것이다. 절대계와 한번 통한 사람은 지혜가 생겨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지식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