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얼굴에 눈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기 때문에 눈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눈 앞에 있는 모든 사물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눈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눈은 눈 자체를 보지 못한다. 거울을 통해서 보는 것도 눈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눈은 눈 아닌 대상을 봄으로써 눈이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눈이 아닌 것이다.
'나'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가? '나'란 무엇인가? 우리는 몸과 생각을 '나'라고 여기며 살아온다. '나'라는 것은 몸의 감각을 의식하고 생각을 만들고 의지를 행하는 주체적인 존재를 말한다. 눈이 눈 자체를 볼 수 없듯이, 주체인 '나'는 자기 자신을 의식할 수 없어야 참된 '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몸의 모든 감각은 다 의식이 된다. 보이는 것, 냄새맡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촉감되는 것 모두 다 의식이 된다. 따라서 이 몸은 '나'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떠한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생각이 모두 의식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생각도 내가 아니다. 내가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의도 또한 모두 감지가 된다. 따라서 그 의도 또한 '나'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라는 것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내가 의식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그것이 바로 '나'인 것이다. 그 존재는 비록 이 몸을 통해서 세상을 의식하지만 이 상대적 세상의 존재는 아닌 것이다. 영원하고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으면서 허공처럼 텅 빈 그런 존재이다. 우리가 시간따라 제 아무리 흘러가도 변하지 않는 존재가 늘 한결같이 내 속에서 나를 붙잡아준다. 그것이 참된 존재, 바로 '나'인 것이다. 그 '나'를 찾는 자가 바로 진리를 찾은 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나'는 우리의 에고(ego)에 의해서 가려져 있다. 그 '나'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에고를 죽이는 것 밖에 없다. 죽어야 진정으로 산다는 것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