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냄새맡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모두 실체가 없다. 사람마다 자신이 지각하는 대상은 제각각이다. 두 사람이 똑같은 것을 지각한다는 것은 환상이고 실제로는 다르게 지각을 한다. 그 지각마저 불확실한 몸을 통해서 이루어지니 이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래보다 더 허약한 허무의 반석 위에 삶의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장 2절)"
근원을 알 수 없는 텅 빈 하늘에서 구름이 모여든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구름 덩어리를 유지한다. 단지 생멸을 반복하는 것, 변화 자체가 운명인 것, 실체도 없이 텅 빔 안에서 떠도는 것이 우리가 아닌가? 잡히지도 않는 것을 그토록 붙잡으려는 그 욕망이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든다.
뭉치고 사라지는 구름을 잡으려 하지 말고 그냥 내가 구름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