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나님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현상계에서 살고 있다. 현상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모두 포함해서, 세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만물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지각도 변한다. 그리고 우리의 지각은 변하지 않는 것은 분별하지 못한다. 예를들어서, 순수 빨간색만 있는 세상에서 빨간색 사물이 있다면 그것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빨간색 하나만 보인다. 장미꽃 냄새만 있는 세상에서 장미꽃이 핀다한들 그 장미꽃 냄새는 드러나지 않는다.
현상계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배경과 다른 무엇이 있거나, 다른 사물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볼 수 없는 것은, 하나님은 절대존재이기 때문에 변화가 없어서 드러나지 않는다.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고, 느낌도 없고, 생각의 흐름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 자체로는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은 현상계라는 삼차원을 통해서 가능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하나님의 드러남 그대로이다. 수 많은 개체가 나타나서 대상을 인식하고 관계를 맺는다. 그 개체는 제각각 의식을 갖는다. 사물이 개체적 의식이 없다면 상대를 지각하지 못한다. 따라서 모든 사물은 제각각 개체적 의식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상대적 현상계이다.
이 개체적 의식 깊은 곳에 하나님이 계신다. 하나님은 모든 개체적 의식을 통해서 세계를 아신다. 개체적 의식은 제각각 자신의 한계 안에서 세계를 인식하지만, 하나님은 그 개체적 의식을 자신 안에서 하나로 통합하신다. 그래서 개체적 의식인 사람이 성령으로 거듭나면 하나님 안에서 하나된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하나님 안에서는 너와 내가 없고, 우주 전체가 하나이다.
하나님은 세계 안에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하나님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현상계의 대상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신다. 하나님이 떨기나무에 불을 피워서 모세에게 드러내신 것이 그 한 예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기적을 통하지 않더라도 이 세계 자체가 모두 하나님의 드러남이다.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을 증거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 세계는 하나님과 분리되지 않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계 자체가 하나님이라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과 하나님 자체이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하나님을 볼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고, 전 우주의 숙명이다. 하지만 연기를 보고서 불이 난 것을 알듯이, 이 세계와 자연을 보고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성령으로 거듭나면 그것을 명확히 스스로 자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