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기 전에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이 죽는 그 순간에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모든 사람은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고 죽는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죽기 직전에 의식이 먼저 사라지니 당연히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는 개체적 의식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란 것이 없다. 사람이 태어나면 그때서야 자기 의식이란 것이 함께 나타난다. 그때부터 의식하는 모든 것은 '나'가 주체가 되어 체험된다. 의식이란 것은 육체의 일부이다. 몸과 함께 태어나서 몸과 함께 죽는다. 사람은 의식을 통해서 사물과 생각을 자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식도 육체의 일부인지라, 죽을 때에는 소멸되는 자기 육체와 의식를 대상화해서 볼 수 없다. 원리상 자신은 자신을 대상화하거나 자각할 수 없다. 즉 의식이 의식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체험할 수 없는 것이다.
